툭하면 ‘100년 만의 이상기후’…“보통 태풍도 대재앙된다” 기후석학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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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100년 만의 이상기후’…“보통 태풍도 대재앙된다” 기후석학의 경고

호튼 홍콩시티대 환경에너지대 학장
앞으로 ‘500년에 한번’ 현상 많아져
보통 태풍도 기후변화 만나면 재난

전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최고 권위의 기후·지구과학상을 받은 과학자가 “세계가 임박한 재앙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챗GPT]

전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최고 권위의 기후·지구과학상을 받은 과학자가 “세계가 임박한 재앙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챗GPT]

전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최고 권위의 기후·지구과학상을 받은 과학자가 “세계가 임박한 재앙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과거의 기상 패턴과 통계가 더 이상 미래 위험을 설명하지 못하게 됐고, 평균적인 태풍이나 폭염조차도 대형 재난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10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올해 아시아·오세아니아 지구과학회(AOGS) ‘액스퍼드 메달’ 수상자인 벤저민 호튼 홍콩시티대 에너지·환경대학 학장은 “과거의 기상 패턴이 더 이상 미래 위험을 예측하는 데 신뢰할 수 있는 지표가 되지 못한다. 세계는 변동성의 시대로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액스퍼드 메달은 AOGS가 매년 지구과학 분야 연구자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최고 권위를 지닌 상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호튼 교수는 현재 지구가 ‘행성 경계(planetary boundaries)’의 끝자락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행성 경계는 인류가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적 한계를 뜻한다. 스톡홀름 회복력센터에 따르면 인류는 이미 기후변화, 토지 이용, 담수 등을 포함한 9개 핵심 경계 가운데 7개를 넘어선 상태다.

그는 “우리는 지금 경계선 바로 앞에 있다”며 “다시말해 기후 시스템이 극단적 현상에 매우 취약하다는 뜻이고, 문제는 그런 현상이 언제 어디서 터질지 정확히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데 있다”고 했다.

‘기후는 안정적?’ 과거 관측 더는 신뢰 못해

지난 8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폭염에 지친 사람들이 물을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8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폭염에 지친 사람들이 물을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특히 호튼 교수는 기후변화가 “기후는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기존 가정을 완전히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과거 관측 자료를 토대로 ‘100년에 한 번’, ‘500년에 한 번’ 일어나는 것으로 여겨졌던 이상기후가 미래에는 더 많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대만과 중국 본토 동부를 향해 북상하고 있는 초강력 태풍 ‘바비’처럼 짧은 시간 안에 위력이 급격히 커지는 태풍은 기후위기의 위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비교적 약한 수준의 태풍이 하루 이틀 만에 최대 지속풍속이 급상승하며 대형 재난으로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급격한 강도 증가는 대체로 이례적으로 따뜻한 해수와 유리한 대기 조건이 맞물릴 때 나타난다. 호튼 교수는 “대기가 더 따뜻해지고 더 많은 수분을 머금어 해수면 온도까지 오르면서 일부 극한 기상 현상이 더 자주, 더 강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꼭 최악의 태풍 시즌이 아니더라도 평균적인 태풍 시즌에 기후변화가 더해지기만 하면, 그때마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유럽을 뒤흔들고 있는 폭염도 마찬가지다. 그는 “평균적인 폭염에 기후변화가 더해지는 것만으로도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반복되는 폭염은 토양을 더욱 건조하게 만들고, 이는 다시 다음 폭염의 강도를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며 최근 유럽과 미국을 강타한 폭염을 우려스럽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엘니뇨에 대한 경고도 내놨다. 호튼 교수는 “현재 태평양 수온은 1997~1998년, 1982~1983년과 같은 초강력 엘니뇨 시기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여기에 기후변화가 더해졌기 때문에 그때보다 더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기후 진짜 위험은 ‘인도적 재난’

태풍 메이삭으로 인한 폭우와 홍수 피해를 입은 중국 남부 광시에서 9일(현지시간) 사람들이 보트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태풍 메이삭으로 인한 폭우와 홍수 피해를 입은 중국 남부 광시에서 9일(현지시간) 사람들이 보트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그는 이상기후의 진짜 위험은 단순한 기상 현상을 넘어 사회 전체를 흔드는 ‘인도적 재난’으로 번지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폭염과 태풍, 홍수 같은 재난이 반복되면 전력망과 수자원 관리 시스템, 보건 체계가 동시에 영향을 받게 된다. 결국 대규모 인명 피해나 이재민이 발생하게 되고, 공동체의 생존 위기와 사회적 자본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유럽과 미국의 폭염 속에서 에너지망과 물 관리 시스템은 큰 부담을 겪었고,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지난 4일 독립기념일 행사까지 취소됐다.

다만 문명이 곧 붕괴할 것이라는 식의 종말론적 시각에는 선을 그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태양전지 효율 향상, 건물 냉각 기술, 생태계 복원 같은 자연 기반 해법 등 아직 충분히 활용되지 않은 대안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자연계가 빠르게 회복한 사례를 언급하며 “자연은 매우 빠르게 반응한다. 우리가 생명에 기회를 주면, 생명은 그 기회를 붙잡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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