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축구팀 워싱턴 커맨더스에
‘레드스킨스’로 되돌리라 독촉
새 경기장 건설 계약 보류 위협
‘정치적 올바름’ 지우려는 행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미식축구리그(NFL)의 워싱턴 커맨더스가 옛날 팀명인 워싱턴 레드스킨스로 이름을 되돌리지 않을 경우 새 경기장 건설 계약을 보류하겠다고 위협한 지 하루 만에 백악관이 또다시 이름을 바꾸라고 종용했다.
22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대통령의 발언은 농담이 아니다”라며 “스포츠는 대통령이 열정을 가지 많은 것 들 중 하나이며, 팀의 이름이 바뀌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스포츠팀의 이름을 바꾸는 데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대통령들이 하지 못한 많은 일에 관여하는 비전통적인 대통령”이라며 “실제로 전국의 스포츠 팬들에게 여론조사를 하면 그들이 대통령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팀명 교체 요구는 스포츠에서 ‘정치적 올바름’(PC)을 지우기 위한 행보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대학 스포츠에서 성전환자의 여성부 경기 참여를 금지했으며, 2017년에는 NFL 구단주들에게 인종차별에 항의하며 국민의례를 거부한 선수를 해고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워싱턴 커맨더스는 2020년 기존 팀명인 레드스킨스를 포기하고 2022년부터 현재의 이름을 쓰고 있다. 붉은 피부를 뜻하는 ‘레드스킨(redskin)’이 아메리카 원주민을 차별하고 비하하는 용어라는 원주민 단체와 인권 돤체의 항의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메이저리그(MLB) 야구팀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의 이름도 과거 ‘인디언스’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는 2021시즌 종료 후 ‘인디언스’를 폐기하기로 한 뒤, 2022시즌 개막과 함께 새 구단명을 채택했다. 2018년 아메리카 원주민 얼굴 로고 ‘치프 와후’ 사용을 없앤 데 이은 후속 조치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워싱턴 커맨더스의 신구장 건설 계약을 저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워싱턴 커맨더스의 신구장 RFK 스타디움 부지는 원래 연방 정부 소유였지만,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워싱턴DC 정부로 구장 부지 소유권을 이전하는 법안에 서명해 연방정부가 부지 사용권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 커맨더스 구단과 워싱턴DC 정부는 올해 초 RFK 스타디움 부지에 새로운 홈구장을 건설하는 계약을 발표한 바 있다.
이름을 바꾸라는 요청에 두 구단이 응할지도 미지수다. 크리스 안토네티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야구 부문 사장은 전날 애슬레틱스와의 경기 전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분명 우리가 내린 결정”이라며 “지난 4년간 ‘가디언스’라는 브랜드를 구축했고, 다가올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2023년 워싱턴 커맨더스를 인수한 조시 해리스 구단주도 올해 초 ‘레드스킨스’ 회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그럴 일은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