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정상회의때도 콜라 먹던 트럼프
중국산 와인 건배주 이례적으로 삼켜
외신 “시진핑에 대한 존경의 표시”
시진핑 “中과 美 모두 위대한 국민”
트럼프 “근면·용기 공통점” 화기애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만찬에 앞선 연설에서 시 주석을 “내 친구(my friend)”라고 부르고 시 주석 부부를 9월 24일 백악관으로 초청하는 등 시종일관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강조했다. 연설 말미에는 건배주가 담긴 잔을 여러차례 치켜 세우더니 입에 가져가 한 모금 마셨다.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직원에게 건넨 뒤 트럼프 대통령은 잠시 술을 입 안에 머금고 있다가 삼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마신 건배주는 중국 허베이산 장성(長城) 와인이다. 영어 표기로는 거대한 벽(Great Wall)이라는 뜻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술에 입을 댄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형이 알코올 중독으로 43세에 세상을 떠난 뒤 나는 절대 술을 마시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형인 프레드 트럼프는 43세에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했다.그래서 그는 술 대신 콜라를 즐긴다. 백악관 집무실 책상에 콜라를 주문하는 ‘콜라 버튼’을 만들 정도로 ‘콜라광’이다.
지난해 10월 이재명 대통령이 주최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만찬에 미국에서 공수한 ‘다이어트 콜라’를 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건배 제의에 따라 샴페인 잔을 들었지만 입에 대는 시늉만 하고 미리 준비된 콜라를 마셨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상치 못한 한 모금’에 크게 주목했다. 영국 데일리메일 백악관 출입기자는 X에 “형이 음주 문제로 사망했기 때문에 술을 마시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 존경의 표시로 한 모금을 마시며 시 주석에게 건배를 했다”고 평가했다. 이 모습을 본 중국인들도 관심을 표시했다. 한 중국인은 X에 “아무리 트럼프라도 중국에 오면 건배를 하고 술을 마셔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고 했다. 또 다른 중국인은 “안에 스프라이트 같은 음료가 들어 있었을 것”이라며 “중국은 이슬람 국가 손님들이 오면 돼지고기를 사용하지 않는 등 이러한 문제에 있어서 굉장히 관대하다”고 했다.한편 이날 국빈 만찬은 오후 9시 50분경(한국 시간) 종료됐다. 만찬에 앞서 두 정상은 서로를 치켜세우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먼저 미국 CNN,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만찬 연설에서 “중국의 ‘위대한 부흥’과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양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국빈 만찬 행사를 시작하며 고무된 어조로 중국 공산당의 오래된 슬로건과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구호를 함께 언급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미국의 국민은 모두 위대한 국민이다.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루는 것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양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설을 마무리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잔을 들어 올리고 중국식 건배법인 “간뻬이”를 외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두 나라의 인연은 1784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상업과 존중의 정신은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미래의 토대”라고 화답했다. 그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꼽히는 벤저민 프랭클린이 식민지 시대 신문에 중국의 고대 사상가 공자의 어록을 게재했던 일화도 언급하며 “상호 존중은 프랭클린이 신문에 공자의 말을 실었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과 중국 국민은 공통점이 많다”며 “우리는 근면, 용기, 성취를 소중히 여기고 가족과 조국을 사랑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 많은 중국인들이 농구와 청바지를 좋아하는 것처럼, 미국 내 중국 음식점 수는 미국 5대 패스트푸드 체인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고 덧붙였다.국빈 만찬이 열린 인민대회당은 붉은색 기둥들 사이로 금박 장식이 돋보이는 등 화려하게 꾸며졌다. AP통신은 이날 만찬으로 토마토 수프에 든 바닷가재, 바삭한 소갈비, 베이징식 오리구이, 제철 야채 조림, 겨자 소스에 천천히 익힌 연어, 티라미수, 과일, 아이스크림 등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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