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핵 찌꺼기' 인터뷰에…이란 "농축우라늄 이전 안해" 반박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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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 국제공항에 도착해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 국제공항에 도착해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의 전면 개방과 이란 농축 우라늄의 이전 등을 이란으로부터 약속받았다고 밝혔으나 이란 측에서는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양측 간의 합의가 상당부분 진전되었다 하더라도 협상이 최종 타결되기까지는 '불안정한 휴전'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IRIB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란의 농축 우라늄은 그 어디로도 이전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농축된 우라늄이 “(이란의) 국토만큼 신성”하고 주권과 분리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그것을 미국이나 다른 국가로 옮길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기로 매우 강력하게 합의했다"면서 "우리가 B-2 폭격기(벙커버스터)로 공격(지난해 6월 공격을 의미)한 후 지하 깊숙이에 묻혀 있는 핵 찌꺼기를 넘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보유하고 있는 농축 우라늄에 대해 '핵 찌꺼기'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사용해 왔다.

그는 이날 CBS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우라늄을 누가 가져오느냐는 질문에 "우리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또 "군대(파견 필요)는 없다"면서 "우리가 그들과 함께 (지하로) 내려가서 미국으로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그때까지는 합의가 이뤄질 것이고, 합의가 있을 때는 싸울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란 외무부의 농축 우라늄 이전 불가 발표는 이 통화 이후에 나온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터닝포인트USA 행사에 출연해서도 "우리는 모든 핵 찌꺼기를 가질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농축 우라늄을 외부로 이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쿠드스뉴스네트워크

이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농축 우라늄을 외부로 이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쿠드스뉴스네트워크

양측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서도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앞서 자신의 SNS를 통해 "레바논 휴전 상황을 반영해, 남은 휴전 기간 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상선의 항해를 전면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 휴전 기간이 21일까지인 2주 휴전을 의미하는지, 16일부터 시작된 이스라엘-레바논 간 10일 휴전을 의미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또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열렸다"는 게시물을 SNS에 올렸다.

그러나 이란 매체들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이란 측의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 '조건부'라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수로를 통과하는 선박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사전 조율을 거쳐야 한다. 또 휴전 잔여기간 동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수는 계속 제한하고, 통행료 징수도 이어질 예정이다. 상선이어야 하며 군함 등은 통과할 수 없다는 조건을 포함해 총 4가지 조건이 있다고 이란 파르스통신 등은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마흐무드 나바비안 이란 국회의원은 X에 올린 글에서 "일부 상선만이 통행료를 낸다는 조건 하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알리 케즈리안 이란 국회 국가안보위원회 소속 의원도 통행료 징수가 이어질 것이라고 확인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면서 호르무즈 완전 재개방에 크게 떨어졌던 유가 최근월물 가격은 소폭 상승했다. 배럴당 85달러 선에 근접했던 브렌트유 6월물 가격은 한국시간 오전 6시50분 기준 배럴당 91.9달러로 약간 올라갔다. 전장 대비 7.5% 떨어진 수준이다. 서부텍사스유(WTI) 5월물 가격은 전장 대비 9.6% 내려간 85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한때 80달러 선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터닝포인트 USA 행사에서 "호르무즈 해협 문제가 거의 정리됐다"고 했다.

브렌트유 6월물 가격. /CNBC

브렌트유 6월물 가격. /CNBC

WTI 5월물 가격. /CNBC

WTI 5월물 가격. /CNBC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피닉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취재진에게 "이란과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그것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저는 상당한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합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견해 차는 맞춰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모든 것에 동의했다"고도 CBS에 주장했다. 이란이 헤즈볼라와 하마스 등 대리 저항세력 지원을 중단하는 데도 동의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란이 이같은 내용에 전면적으로 찬성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협상장은 이번에도 중재국인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전망이다. 이슬라마바드 내에서는 보안 조치를 위한 준비가 이뤄지고 있으며, 해당 호텔도 외부인 숙박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재개 시점은 아직 유동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마 이번 주말(18일 또는 19일)에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하루나 이틀 안에 합의(get a deal)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오는 21일로 종료되는 미·이란의 휴전을 연장하지 않은 채 2차 협상에서 매듭짓겠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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