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황인찬]서울보다 1.5배 높은 도쿄의 출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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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도쿄 특파원

황인찬 도쿄 특파원
일본 도쿄도의 신생아 수가 9년 만에 증가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도쿄도에서 태어난 아이는 8만8518명으로 전년보다 1.3%(1142명) 늘었다. 일본의 4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신생아 수가 늘어난 곳은 도쿄도와 이시카와현(전년 대비 128명 증가) 두 곳뿐이다. 이시카와의 경우 2024년 노토반도 지진으로 움츠러들었던 출산율이 회복된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순수하게 는 곳은 도쿄도뿐이다. 일반적으로 대도시의 출산율이 지방보다 낮다. 도쿄도의 이번 반전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아이 의료비 제로’ 등 실질 혜택 커

도쿄도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예산과 행정력을 집중한 것이 이번 결과를 가져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쿄도의 첫 여성 지사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지사는 2016년 취임 후 저출산 문제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도쿄도의 저출산 관련 예산만 올해 2조2000억 엔(약 20조4000만 원)이다. 그의 취임 때보다 두 배가 늘었는데, 이젠 총예산의 20%가 넘는다. 이는 오사카시의 총예산과도 비슷한 수준이다.

단순히 많은 예산만 투입한 것이 아니다. 신생아 수를 늘리기 위해 결혼 중개부터 시작해 임신, 출산, 육아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무엇보다 아이 키우는 집에서는 도쿄도의 저출산 지원책이 실제 육아비 부담을 줄여준다는 호평이 많다.

도쿄의 아이들은 아플 때 병원에서 무료로 치료받는다. 건강보험 지원 이외에 약 30%인 자기부담금을 도쿄도가 전액 지원해 주기 때문이다. 감기 같은 일상의 질병뿐 아니라 골절 등 정형외과 치료, 심지어 여드름 같은 피부과 진료도 무료다. 진찰비는 물론이고 약국에선 약값도 받지 않는다. 의료비 걱정 않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학교의 수업료뿐만 아니라 급식비도 무료다. 또한 18세까지 아이 한 명당 매월 5000엔(약 4만6000원)을 꼬박꼬박 지원해 준다. 이는 소득 제한 없이 골고루 지원되는데 외국인 아이도 같은 혜택을 받는다.

이렇게 혜택이 많은 덕에 도쿄로 ‘육아 이사’하는 가정들도 언론에 소개되고 있다. 높은 집값은 부담이지만, 이런저런 지원을 합하면 이득이라고 보는 것이다. 일부 기초지자체들은 별도의 추가 지원금을 주고 있다. 이에 ‘육아하기 좋은 자치구’ 명단이 돌 정도다. 세심한 지원도 많다. 도쿄도는 2024년 자체적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매칭 시스템을 마련했다. 현재 남녀 약 1만4000명이 등록했는데, 이를 통해 150쌍이 결혼했다. 남녀가 실제 만나는 ‘파티’ 참가비는 1000엔(약 9200원)밖에 안 된다. 신청이 몰려 추첨을 통해 참가자를 정한다. 또 난자의 동결 보존에 최대 30만 엔(약 278만 원), 무통분만에 최대 10만 엔(약 92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저출산 정책, 체감도와 만족도 높여야

저출산 문제를 얘기할 때 주로 거론되는 ‘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다. 도쿄도의 합계출산율(2024년 기준)은 0.96명이다. 전년보다 0.03명 줄기는 했다. 또 일본 전체 출산율 1.15명보다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하지만 도쿄도의 이런 출산율은 서울의 출산율(2025년 0.63명)의 1.5배 수준이다. 한국의 전체 출산율(0.80명)보다도 높다. 다행히 한국에서 신생아 수가 최근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들이 나오고 있다. 다만 코로나19로 미뤄뒀던 혼인의 증가를 이유로 꼽는 시각도 있다. 일시적인 증가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여러 가지 저출산 정책 덕에 “아이 키우기 좋아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한국에서 실제로 많은지 돌아볼 때다. 정책의 적용을 받는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성과도 뚜렷한 도쿄도의 저출산 정책들을 참고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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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도쿄 특파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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