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값 108만원인데…2030女 호텔까지 '싹쓸이'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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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플레이 내한 공연 최고가 108만원…전석 매진
티켓·굿즈 등에 아낌없이 돈 쓰는 2030
숙박업·음식점·편의점 등 공연장 인근 상권 ‘콘서트 특수’

지난 24일 더현대 서울 콜드플레이 팝업 현장. 대부분 품목이 품절 상태다./사진=박수림 기자

지난 24일 더현대 서울 콜드플레이 팝업 현장. 대부분 품목이 품절 상태다./사진=박수림 기자

“한정판 티셔츠는 판매 2일 차 오전에 이미 품절됐습니다. 팝업(스토어) 첫날에만 매장에 6000명이 몰렸어요.”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지하 2층에 위치헌 콜드플레이 굿즈 팝업 매장. 한 손님이 굿즈 재입고 여부를 묻자 이 같은 매장 직원 답변이 돌아왔다. 이곳에선 지난 10일부터 ‘콜드플레이 문 뮤직 서울 팝업’이 운영되고 있다. 팝업 오픈 약 2주가 지났지만 매장은 여전히 콜드플레이 팬들로 붐볐다. 이날 역시 매장 입구에는 10여명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고 한쪽에 마련된 포토존에서도 팬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굿즈를 들고 인증샷을 남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굿즈 품목이 적힌 입간판에는 ‘솔드 아웃’(완판) 스티커가 다수 붙어 있었다. 모두 21종의 굿즈 가운데 12개 상품이 품절 상태였다. 현재 2차 팝업이 진행 중이지만 이미 대다수 굿즈가 품절돼 팬들은 사고 싶어도 못 사는 실정이다. 이 매장 직원은 “굿즈를 수십만원어치씩 사가는 팬들이 많다”며 “한정판 티셔츠도 사이즈 별로 2000장씩 들어왔는데 금세 다 나갔다”고 말했다.

세계적 밴드 콜드플레이가 8년 만에 내한 공연을 하면서 열성 팬들이 지갑을 열고 있다. 이들은 티켓부터 굿즈까지 콘서트 관람 한 번에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 훌쩍 넘는 금액을 아낌없이 지출한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오는 경우 숙박비, 교통비, 식비 등을 포함하면 소비 규모는 더 커진다. 공연장 인근 호텔, 음식점, 카페, 편의점 등 주변 상권도 '팬코노미(팬+이코노미) 특수'를 누리고 있다.

‘100만원 티켓’도 동났다…덕질엔 아낌없이

지난 24일 더현대 서울 콜드플레이 팝업 현장./사진=박수림 기자

지난 24일 더현대 서울 콜드플레이 팝업 현장./사진=박수림 기자

콜드플레이는 지난 16일부터 경기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총 6회에 걸쳐 내한 공연을 진행 중이다. 티켓 가격은 최저 6만6000원부터 최고 108만원까지 다양하다. 가장 비싼 티켓은 무대 가까이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한정 패키지’ 좌석으로 한정판 굿즈, 무대 위 사진 촬영, 백스테이지 투어 등의 혜택이 포함됐다.

8년 만의 내한 공연 소식에 티켓은 일찌감치 전석 매진된 상황. 지난주까지 취소표가 간혹 발생했지만 첫 공연 이후 입소문이 퍼지면서 시야제한석과 108만원짜리 고가 좌석까지 모두 완판됐다. 현재는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웃돈을 주고서야 표를 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도 13만2000원짜리 좌석을 35만원에 구한다는 글도 있었다. 고양종합운동장의 수용 가능 인원은 약 5만명으로 공연이 열리는 엿새간 총 30만여명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한 공연 사상 최대 규모다.

호텔·음식점 등 근처 상권도 특수 누려

지난 24일 더현대 서울 콜드플레이 팝업 내부 포토부스에 팬들이 길게 줄 서 있다./사진=박수림 기자

지난 24일 더현대 서울 콜드플레이 팝업 내부 포토부스에 팬들이 길게 줄 서 있다./사진=박수림 기자

하루에 5만명 넘는 팬들이 몰리며 콜드플레이 내한 공연이 열린 고양종합운동장 인근 상권은 공연 기간 동안 반색하고 있다. 특히 타지역이나 외국에서 공연을 보러오는 팬들이 숙박시설을 찾으면서 인근 호텔들은 높은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 실제 공연이 열린 지난 24일에도 공연장 인근 대화역 주변 호텔들은 대부분 다 예약이 찬 상태였다. 지하철역 근처의 한 호텔 관계자는 “객실 70개 중 5개를 제외하고 모두 예약이 완료됐다”며 “공연이 있는 날에는 숙박률이 90%를 웃돈다”고 밝혔다.

공연 당일 음식점과 편의점 등도 팬들로 북적인다. 대화역 주변에서 20년째 김밥집을 운영하는 차모 씨(60대)는 “콘서트가 있는 날에는 김밥 400~500줄을 만다. 평소보다 2배쯤 더 판다”며 “2시부터 7시까지는 손님들이 줄 서서 사가는 상황”이라고 얘기했다.

편의점도 매출 특수를 체감하고 있다. 25일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에 따르면 공연이 열린 지난 16일, 18~19일, 22일 고양종합운동장 인근 10여 개 점포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상승했다. 특히 샌드위치(33.4%), 삼각김밥(67.5%) 같은 간편식을 비롯해 콘서트 필수품인 생수(273.5%), 휴대폰 용품(일회용 배터리 등ㆍ619.5%) 등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고양도시관리공사 관계자는 “공연이 있는 날에는 음식점, 편의점, 숙박업체 등 대화역 주변 매장의 매출이 두세 배 정도 오른다고 들었다”며 “대화역뿐 아니라 서울, 파주 등 인근 지역에까지 긍정적 기여를 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덕질'에 돈 안 아끼는 2030

사진=인터파크 콜드플레이 예매창 캡처

사진=인터파크 콜드플레이 예매창 캡처

25일 인터파크에 따르면 이번 콜드플레이 공연을 예매한 관람객의 약 80%가 2030 세대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좋아하는 대상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소비문화를 잘 보여준다. 단순한 공연 관람을 넘어 콘서트를 경험하는 전 과정이 이들에게 하나의 ‘경험 소비’로 자리잡은 셈이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2030세대는) 자기가 가장 중요한 세대”라며 “스스로가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부분에 대해선 소비가 굉장히 관대하다”고 말했다. 이어 “콘서트장에서 음악을 즐기고, 굿즈를 사는 과정 자체가 요즘 세대에게는 굉장히 즐거운 경험으로 인식된다”고 분석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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