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불참 배신자" 선넘는 파업동참 요구는 직장내 괴롭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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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불참 배신자" 선넘는 파업동참 요구는 직장내 괴롭힘

쟁의행위에 참여하라는 요구가 괴롭힘이 될 수 있을까? 노동조합 간부나 조합원이 다른 조합원에게 단순히 파업 참가를 권유하는 것을 넘어 단체로 불참자를 따라다니며 압박하거나, 불참자 명단을 만들어 SNS에 올리거나, 이를 바탕으로 모욕, 조롱, 따돌림을 유도하는 경우 직장 내 괴롭힘이 문제될 수 있다. 실제 일어날 수 있는 가상의 사례를 바탕으로 살펴본다.

# 사례

A사 노동조합은 전면 파업을 예고하였고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파업 참여 여부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다. 설문조사는 비공개를 전제로 실시되었지만, 알 수 없는 경위로 응답지가 ‘유출’되었고, 이로 인하여 파업에 불참하겠다고 응답한 조합원이 누구인지 모두 알게 되었다. 주변 조합원들은 해당 불참자에게 몰려가 파업 참가를 요구하면서 모욕과 조롱을 하였고, 이 과정은 모두 동영상으로 촬영되었다. 한 노동조합원은 위 동영상을 회사 단톡방에 올리면서 ‘배신자의 최후’라는 설명을 달았다.

# 상급자가 아니라도 가해자가 될 수 있을까?

근로기준법은 ‘지위의 우위’뿐만 아니라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한 경우에도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므로 상급자가 아니어도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될 수 있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의 배우자 등 친족이 직장 내 괴롭힘을 하는 경우에 대하여 별도의 과태료를 규정하고 있는데(근로기준법 제116조 제1항), 이는 주로 관계 등의 우위에 의한 괴롭힘을 염두에 둔 규정이다.

법원도 여러 사안에서 관계 등의 우위에 의한 괴롭힘을 인정한 바 있다. 가령, 대전지방법원은 근로자 19명이 상급자 1명을 따돌리고 폭언 등을 한 사안에서, 1 대 19라는 수적 측면, 가해자들의 연령 등을 고려하여 가해자들이 ‘관계에서 실질적 우위’에 있었다고 판단하였다(대전지방법원 2024. 7. 4. 선고 2023구합200269 판결). 수원지방법원 판결에서는 공식적인 지위가 없는 동료 직원의 괴롭힘 행위가 문제되었는데, 판결문에서 위 동료직원이 상급자의 지위를 가진 다른 직원과의 “관계에 편승”하였다고 판단한 점이 눈길을 끈다(수원지방법원 2023. 5. 26. 선고2022가단546552 판결).

# 노조 조합원이라는 사실로 관계의 우위 인정?

노동조합이 다수인 사업장에서 노동조합 간부, 나아가 일반 조합원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다. 회사 직급상 상급자라도 노동조합 간부의 눈치를 보게 되고, 심기를 거스를 경우 부하직원들의 집단적 따돌림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일부 노동조합 간부들은 자신의 요구를 받아 주지 않는 상급자에 대해서는 회사에 요구해서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언하기도 한다.

고용노동부는 ‘관계의 우위’에 노동조합 등 근로자 조직 구성원 여부가 포함될 수 있다고 회시한 바 있다(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774, 2020. 2. 20).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노동조합 지회장이 상급자에게 가해 행위를 한 사안에서, 이는 ‘사실상 관계의 우위를 이용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서울지방노동위원회 2024. 8. 5. 자 2024부해1933 판정).

# 징계 면제 합의나 쟁의 중 징계가 가능할까?

많은 사업장에서는 쟁의기간 중 징계 등 인사조치 일체를 금지하는 단체협약 규정 때문에 노동조합원들의 파업 불참자 압박 행위는 모욕이나 조롱, 따돌림, 심지어 폭력이나 협박을 수반하는 경우에도 징계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노동조합이 단체협약 타결의 전제조건으로 쟁의기간 중 행위 일체에 대한 징계 면제를 요구하여 받아들여지는 경우, 쟁의기간 이후에도 조합원들의 행위는 그것이 무엇이든 단체협약에 따라 보호받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만약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된다면 이러한 노사합의 또는 단체협약 규정에도 불구하고 징계가 가능할까?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될 때에는 행위자에 대하여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사용자의 의무를 정하고 있으므로(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4항), 이러한 법적 의무가 노사합의에 우선하는지 문제되는 것이다.

징계가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대법원 판결 중에서는 조합원인 하급자가 상급자를 상대로 반말과 모욕을 지속한 전형적인 괴롭힘 사안에서도 단체협약상 쟁의 중 신분보장 규정을 이유로 징계가 무효라고 판단한 예가 있다(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7다257869 판결). 근로기준법이 반드시 ‘징계’를 하라고 명한 것은 아니므로 ‘근무장소의 변경’만 허용된다고 조화적으로 해석하면 된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단체협약은 강행법규나 사회질서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효력을 가진다(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두20406 판결,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6다24899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고 근로자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보호하고자 하는 법의 취지를 고려하면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은 강행규정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동일한 사안에서 가해자가 조합원이 아니면 징계대상이고, 조합원이면 근무장소의 변경만 가능하다는 것도 불합리하고 법의 취지를 벗어난다. 위 대법원 2017다257869 판결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이 시행되기 전의 사안이라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결국 근로기준법이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사용자의 조치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지금은 법률에 따른 조치의무가 단체협약에 우선한다고 생각된다.

다시 처음의 물음으로 돌아가 보자. 파업에 동참하라는 호소 자체는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일 수 있다. 그러나 비공개를 전제로 한 설문 응답을 유출해 불참자를 색출하고, 그를 에워싸 모욕과 조롱을 퍼붓고, 그 장면을 ‘배신자의 최후’라는 제목으로 내부망에 박제하는 것은 더 이상 설득이 아니다. 그것은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한 사람의 인격을 짓밟고 근무환경을 무너뜨리는 직장 내 괴롭힘이다. 파업에 참여할 자유가 보호받는 만큼, 참여하지 않을 자유 역시 보호받아야 하고,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서 징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구자형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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