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11∼12일(현지시간)에 걸쳐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21시간 동안 마라톤협상을 벌였지만 양 측간 평행선을 그리며 종전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핵 프로그램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이란 간 합의 불발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는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도 더욱 커졌다.
“핵 프로그램 영구 종료 요구”
뉴욕타임스는 11일(현지시간) 이번 협상과 관련한 미국의 태도와 관련해 “이란에 핵 프로그램의 영구적 종료를 요구하는 ‘받거나 말거나(take it, or leave it)’ 식 제안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밴스 부통령은 “미국의 레드라인과 양보 가능한 범위를 명확히 제시했지만, 이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핵심 쟁점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포기 여부 △고농축 우라늄 보유 문제 △자국 내 우라늄 농축 능력 유지 여부였다.
이란은 핵 활동의 일시 중단은 가능하지만 △무기급에 근접한 우라늄 비축 포기 △자국 내 우라늄 농축 능력의 영구 포기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란은 이를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의 권리라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유지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협상이 지난 2월 제네바 협상 결렬 당시와 유사한 교착 상태를 반복했다고 분석했다. 당시 협상 실패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역을 대상으로 38일간의 공습을 단행했다.
호르무즈 해협도 쟁점
미국과 이란 종전 협상에서 또 다른 핵심 쟁점은 호르무즈 해협이다. 이란 측은 해협 개방의 전제 조건으로 △미국의 폭격에 따른 전쟁 배상금 지불 △20년 넘게 이어진 경제 제재의 전면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배상금 지불을 단호히 거부하고 있으며, 제재 해제 역시 이란의 핵 폐기 이행 수준에 따라 단계적으로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대면 협상 개시에 맞춰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통과시키며 기뢰 제거 작전에 착수, 압박 강도를 대폭 끌어올린 것이 이란의 반발을 초래하며 협상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협상 결렬로 트럼프 행정부는 유가 상승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을 직면하게 됐다. 이미 지난 38일간의 교전으로 인해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20%가 사실상 차단됐다. 국제 유가와 가솔린 가격이 폭등했을 뿐만 아니라, 비료 및 반도체 생산의 필수 원자재인 헬륨 공급망까지 마비된 상태다.
휴전 기간 길어지나
이번 대면 협상이 결렬되기는 했지만, 미국과 이란 간 협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밴스 부통령은 미국의 제안에 대한 이란의 수용 여부를 지켜보겠다며 여지를 열어뒀다. 게다가 미국과 이란의 최고위급 대표단이 대면해 서로의 의중을 전한 만큼 협상 테이블이 다시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양측의 현격한 입장차를 좁히기엔 2주간의 휴전 기간이 너무 짧다는 우려도 나온다. 양측이 휴전을 연장하면서 협상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벌써 나오고 있다.
앞서 밴스 부통령을 단장으로 하는 미국 대표단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이끄는 이란 대표단이 11일 이슬라마바드에서 만나 마라톤 종전 협상을 벌였다. 1979년 이후 약 5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과 이란 간 최고위급 인사가 대면으로 벌인 협상이었다.
한편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이종격투기(UFC) 경기를 관람했다. 앞서 플로리다주로 떠나기 전 백악관에서 취재진을 만나 중국이 이란에 무기를 지원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와 관련해 중국이 이란에 무기를 보낼 경우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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