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고, 겹치고, 숨기고… 신사여, 넥타이에 자유를 허하라

5 hours ago 3

[패션 NOW]
격식 있는 패션의 상징 넥타이
패션쇼서 스타일 요소로 활용
셔츠 안, 바지 속에 넣는 등… 다양한 연출로 해방감 표현

2026년 남성복 패션에서 넥타이를 활용한 다양한 연출법이 주목받고 있다. 격식을 상징하는 넥타이 연출법에 변화를 줌으로써 런웨이 관람객들이 기이함과 해방감을 느끼도록 했다. 왼쪽부터 생로랑, 윌리 차바리아, 디올 맨 패션쇼. 각 사 제공

2026년 남성복 패션에서 넥타이를 활용한 다양한 연출법이 주목받고 있다. 격식을 상징하는 넥타이 연출법에 변화를 줌으로써 런웨이 관람객들이 기이함과 해방감을 느끼도록 했다. 왼쪽부터 생로랑, 윌리 차바리아, 디올 맨 패션쇼. 각 사 제공
넥타이를 매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더는 빳빳하게 풀을 먹인 칼라와 몸에 꼭 맞는 코트, 완벽하게 매듭지어진 넥타이로 이어지는 과거의 공식이 먹히지 않는다. 적어도 2026 봄여름(S/S) 남성복 컬렉션에서는 그렇다. 느슨하게 흘려 두거나 벨트 안으로 넣고, 아예 뒤집어 매는 식의 변주가 이어지며 넥타이를 덜 형식적으로 다루는 방식이 스타일의 주요 포인트가 됐다.

넥타이의 출발은 단순하다. 17세기 유럽에서 병사들이 방한을 위해 목에 두르던 천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가장 널리 퍼져 있다. 특히 크로아티아 병사들 사이에서 유래했고, 이를 프랑스에서 크로아티아를 뜻하는 ‘크라바트(Cravate)’로 부르면서 넥타이의 기원이 됐다는 설명이 있다. 이후 프랑스 왕실과 귀족 사회를 거치며 상류층 남성의 사회적 지위와 교양을 드러내는 장식적 요소로 자리 잡았고, 19세기 중반부터는 매듭만 남은 형태로 변화하며 지금의 넥타이로 발전했다.

넥타이를 활용하는 정형화된 방식을 비틀려는 시도는 꾸준히 이어졌다. 1970년대 펑크 신에서는 티셔츠와 가죽 재킷에 넥타이를 헐겁게 풀어 헤친 스타일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주목받았다. 당시 비주류를 대표하던 디자이너 비비언 웨스트우드는 컬렉션에 의도적으로 흐트러뜨린 넥타이를 반복해 올리며 저항 정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그 흐름이 한층 뚜렷해졌다. 지난해 여름 스키아파렐리의 오트쿠튀르 쇼에 등장한 넥타이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나일론 섬유를 꼬아 머리카락처럼 땋아낸 이 아이템은 기이하다는 반응과 함께 화제를 모았다. 배우 셀마 블레어와 매기 질런홀, 틸다 스윈턴 등이 연이어 착용하며 주목받았고, 당시 약 340만 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품절을 반복하는 스테디셀러가 됐다. 격식의 상징이었던 넥타이가 남성복을 넘어 여성복에서도 변화를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시즌에는 이런 움직임이 컬렉션 전반으로 번져 나갔다. 생로랑은 가장 미묘하면서도 영리한 해답을 제안한다. 넥타이를 정석대로 매되, 셔츠 단추 사이로 집어넣어 일부를 감추는 식이다. 셀린느 역시 니트 베스트 안으로 넥타이를 밀어넣되 끝을 살짝 드러내도록 연출해 미묘한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에밀리아 윅스테드와 윌리 차바리아는 넥타이를 아예 팬츠 안으로 넣어 버리며 넥타이 끝은 벨트와 맞닿아야 한다는 오랜 공식을 저버렸다.

그런가 하면 로리 윌리엄 도처티는 셔츠를 과감히 풀어 헤치고 타이를 느슨하게 늘어뜨리는 방식을 택했다. 포멀의 중심이었던 넥타이를 무심하게 풀어낸, 캐주얼함을 강조하는 장치로 바꾼 셈이다. 준야 와타나베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한 개로는 부족하다는 듯 넥타이를 두세 개씩 겹쳐 매 서로 다른 패턴과 길이가 만들어내는 색다른 리듬을 줬다. 당연시하던 개념을 비트는 시도도 이어졌다. 디올 맨은 옷을 실수로 뒤집어 입은 듯 넥타이 안감과 라벨을 의도적으로 드러냈고, 덴질 패트릭은 아예 넥타이를 셔츠 앞섶에 부착해 옷의 일부처럼 보이도록 디자인하는 참신함을 보였다. 액세서리를 활용한 변주도 눈에 띄었다. 넥타이를 길게 늘어뜨린 다음 가죽 벨트와 함께 고정하는 기지를 보인 캘빈 클라인과 넥타이 핀을 매듭 바로 아래에 찔러 넣는 낯선 연출로 액세서리의 경계를 흐린 돌체앤가바나가 대표적인 예다.

이처럼 저마다 방식은 다르지만 디자이너들은 넥타이를 둘러싼 크고 작은 기준을 조금씩 비틀어 나가고 있다. 이런 변화는 분명 남성복에 일종의 해방감을 안겨 준다. 하지만 넥타이는 엄숙한 분위기의 슈트에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아이템이라는 인식도 강한 게 사실이다. 단정하고 정형화된 이미지 탓에, 넥타이에 아무리 변화를 주어도 선을 넘기 어려운 인상이 있다. 다만 분명한 건 남성의 목을 옥죄던 넥타이가 해방과 속박 사이를 오가며 남성복의 오래된 질서 속에서 균열을 내는 상징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패션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아이템인 넥타이를 과감하게 변주하려는, 아이러니한 시도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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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은 패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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