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 한달
사용자성 폭넓게 인정하자
하청노조 985곳 교섭요구
국민은행·쿠팡 등 줄줄이
교섭확대에 기업 부담 커져
하청 노동자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문을 연 '노란봉투법'이 10일 시행 한 달을 맞는 가운데, 하청 노동조합이 노동위원회에서 10전 10승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노동위가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잇달아 수용하며 원청의 실질적 사용자성을 폭넓게 인정함에 따라 기업의 다중 교섭 부담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날 전국 각지의 지방노동위원회는 주요 산업 전반에 걸친 교섭단위 분리 및 교섭요구 사실 공고에 관한 판단을 잇달아 했다. 서울지노위는 국민은행·하나은행·KB국민카드·쿠팡CLS 사건의 교섭단위 분리를, 전남지노위는 한국전력 사건을 맡았다.
충남지노위는 동희오토 하청노조의 교섭단위 분리 요구에 관한 판단을, 울산지노위는 SK에너지·에쓰오일·고려아연의 교섭단위 분리 신청 결과를 판단했다. 경북지노위에서는 포스코이앤씨의 교섭요구 사실 공고 여부가 예정된 상태다. 제주지노위 역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사건의 교섭요구 사실 공고 여부에 관한 판단을 맡았다.
앞서 하청노조는 민간과 공공 가리지 않고 사용자성을 전부 인정받았다. 공공부문에서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주요 기관이 하청 근로자에 대한 안전 관리와 인력 운영에 실질적으로 관여했다는 이유로 사용자성을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이들 기관은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민간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지노위는 인덕학원(인덕대)과 성공회대 사건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며 공공에 이어 민간 영역에서도 동일한 판단 기준을 적용했다. 노동위원회가 계약 구조와 업무 지휘·감독 실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질적 사용자' 여부를 예상보다 폭넓게 판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판정의 방향성을 가늠케 한다.
특히 교섭단위 분리 결정은 산업계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경북지노위는 포스코 하청노조가 제기한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수용하며 복수 노조 간 개별 교섭을 허용했다. 동일 사업장 내에서도 상급 단체가 다른 노조별로 교섭을 진행해야 하는 구조가 현실화한 것이다. 기업으로서는 교섭 상대가 급증하면서 비용과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교섭요구는 폭주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김소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달 6일 기준 조합원 14만3786명을 둔 하청노조 985곳이 원청 367곳을 상대로 교섭요구를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하청노조가 우선 산업안전 문제를 고리로 교섭권을 확보한 뒤 이를 발판 삼아 임금·복지 등 근로조건 전반으로 협상 범위를 확대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관건은 그 이후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조가 안전 문제를 근거로 교섭권을 인정받은 만큼 향후 임금과 복지 의제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면서도 "원청은 교섭권이 인정된 범위를 안전 사안으로 한정하며 사용자성을 부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노사 간 대립이 장기화하거나 파업으로 비화하면 이를 규율할 명확한 선례나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예빈 기자]





![[포토] 反트럼프 진영 집결](https://img.hankyung.com/photo/202604/AA.44004370.1.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