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0만원 위자료 판결 확정
약정금 9000만원도 인정
‘언론 기사화 금지’ 지급조건
대법 “각서에 없어 인정못해”
학교폭력 소송을 맡고도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의뢰인을 패소하게 한 권경애 변호사가 6500만원을 물어줘야 한다는 판결이 확정됐다.
권 변호사가 패소에 책임을 지고 유족에게 지급하기로 했던 9000만원도 추가로 물어낼 가능성이 생겼다. ‘언론 기사화 금지’라는 지급 조건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2심 판결을 대법원이 뒤집었기 때문이다.
29일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학폭에 시달리다 사망한 고(故) 박주원 양의 어머니 이기철 씨가 권 변호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위자료 6500만원을 지급하도록 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다만 약정금 9000만원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결 부분은 취소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권 변호사는 재판에 3회 불출석해 패소한 사실을 이씨에게 알리면서 2023~2025년 3년에 걸쳐 3000만원씩 총 9000만원을 지급하기로 이행각서를 썼다. 이씨는 권 변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던 중 2심에서 약정금을 추가로 요구했다.
2심에서는 약정금 지급 조건이었던 ‘권 변호사의 잘못이 언론에 기사화되지 않는 것’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약정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행각서에 약정금 지급 조건은 전혀 명시되지 않았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이어 “지급조건 존재 여부의 해석이 문제될 정도의 관련 문언도 기재돼 있지 않는 등 이 사건 이행각서는 객관적 의미가 명확하고, 기재 내용이 달리 해석될 여지도 별로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법원은 법률 전문가인 권 변호사가 ‘언론 기사화 금지’를 이행각서의 내용으로 합의하면서도 문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각서의 법적 효력을 잘 알면서도 약정금 지급조건을 서류에 남기지 않았으므로 소송에서 보호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계약 당사자 사이에 계약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 문언의 객관적 의미가 명확하고 문서의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반증이 없는 한 법원은 그 문서에 기재된 문언대로 의사표시 내용을 인정해야 한다는 기존 판례를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2015년 딸 사망 이후 11년 소송전
이씨에게 권 변호사가 위자료 6500만원을, 당시 소속 법무법인이었던 해미르가 220만원을 지급하도록 한 2심 판결은 대법원에서도 확정됐다.
대법원 선고 후 이씨의 법률 대리인은 “소송 기록상 권 변호사가 의도적으로 불출석했다고 볼 만한 여러 정황을 주장해왔는데 이를 밝히기는 어렵게 됐다”며 “대법원의 판단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이어 “권 변호사는 정확한 불출석 경위를 밝히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덧붙였다.
권 변호사는 학폭에 시달리다가 2015년 숨진 박양의 어머니 이씨를 대리해 2016년 가해자들과 학교법인, 서울시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재판에 불출석한 학부모 1명에 대한 청구만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이씨 측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씨 측이 항소했지만 권 변호사는 2022년 9~11월 재판에 세 차례 연속 불출석해 1심 승소부분을 포함해 전부 패소했다. 민사소송법은 당사자가 세 차례 이상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한다.
권 변호사는 5개월간 패소 사실을 유족에게 알리지 않았고, 패소 사실을 몰랐던 이씨가 상고하지 못해 판결은 2022년 확정됐다.
“학폭소송 재개해달라...안되면 재판소원”
이씨는 권 변호사의 불성실한 변론으로 재판받을 권리와 상고할 권리가 침해됐다며 2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재판에 출석했더라도 승소했을 개연성이 있다도 보기 어렵다며 재산상 손해배상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고,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만 인정해 위자료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위자료 액수를 6500만원으로 늘리고, 법무법인 해미르도 별도로 22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2심 재판부는 “원고 입장에선 재산적 이익이 아닌 딸의 사망 경위를 밝히고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고자 장기간 이어온 소송이 소송 대리인의 잘못으로 허망하게 끝나고, 이를 소송대리인이 숨기는 바람에 뒤늦게 알게 됐다”며 “허탈감과 배신감이 심대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씨 측은 권 변호사의 불출석으로 패소한 학폭 손해배상 소송 재판을 다시 열어달라고 법원에 요청해 지난 20일 변론이 재개됐다. 재판부는 다음달 24일을 선고기일로 지정했다. 민사소송규칙상 소의 취하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당사자는 기일 지정을 신청할 수 있고, 법원은 변론을 열어 신청 사유를 심리해야 한다.
‘변호인의 불출석 패소’라는 이씨의 신청 이유를 법원이 받아들일 경우 재판은 재개된다. 이유가 없다고 보면 법원은 판결로 소송 종료를 선언한다.
이씨 측은 재판 재개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재판받을 권리 침해를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을 청구한다는 계획이다.
권 변호사는 이 사건으로 2023년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정직 1년 징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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