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하나의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까…연극 '나는 나의 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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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지현준. 두산아트센터 제공

배우 지현준. 두산아트센터 제공

독일 베를린에서 골동품 박물관을 운영하는 샤로테는 격변의 시기 성소수자의 버팀목이 됐던 인물이다. 남성으로 태어난 트랜스젠더 여성인 그는 나치 시대와 동독의 사회주의에서 살아남은 뒤 성소수자의 해방구였던 카바레를 운영했다. 1890년대 생산된 축음기와 시계 등을 수집하는 취미도 갖고 있었으며 자기 집을 박물관으로 꾸미기까지 했다.

이 정도면 샤로테를 잘 설명한 것일까. 두산아트센터가 오는 7월 12일까지 스페이스111에 올리는 연극 <나는 나의 아내다>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샤로테는 대체로 성소수자의 편이 됐지만, 한 편에서는 의문스러운 행적을 남겼다. 그의 본심이 무엇이었는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아무도 쉽게 설명할 수 없었다.

작품은 미국 극작가 더그가 샤로테의 생애를 희곡으로 쓰기 위해 조사를 거듭하는 과정으로 그려진다. 미국에서 게이로 살아가던 더그는 통일된 독일에서 특파원으로 일하는 친구 존에게서 샤로테라는 독특한 인물에 대해 듣게 된다. 더그는 그의 인생을 그려내기 위해 인터뷰를 시작한다.

이 작품은 형식부터 주제와 맞닿아 있다. 한 명의 배우가 샤로테를 비롯해 더그, 친구 존, 가족과 주변 인물들까지 30여 개의 역할을 쉴 새 없이 넘나든다. 사회의 기준으로 부여된 정체성 하나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올해 무대에선 배우 지현준·백석광의 ‘연기 차력쇼’를 감상할 수 있다. 수많은 인물을 연기하는 만큼 누구를 연기하는지 헷갈리기 마련이지만 두 배우는 각종 의상과 소품을 통해 간극을 없앤다.

배우 백석광. 두산아트센터 제공

배우 백석광. 두산아트센터 제공

샤로테의 ‘보석함’과도 같은 무대도 만날 수 있다. 무대 벽면이 붉은 융단으로 도배됐다. 샤로테가 수집한 물건들에는 그만의 정체성이 남아 있다는 시각이 담겨 있다. 장호 무대디자이너는 프로그램북에서 “어떤 사물이 가진 상처와 낡은 흔적은 과거의 기억을 구원하기도 한다”며 “수집가로서 샤로테의 보석함은 바로 이러한 과거의 파편들이 모여 진실을 공명하게 하는 공간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연을 따라가다 보면 보석함이 펼쳐지는 순간도 마주할 수 있다.

원작은 미국 극작가 더그 라이트의 작품으로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 토니상 최고 연극상 부문을 수상했다. 2013년 두산인문극장 ‘빅 히스토리’를 통해 국내에서 초연됐다. 올해는 두산인문극장의 주제 ‘신분류학’의 관점으로 새롭게 무대에 올랐다. 사회를 지탱하던 원칙들이 모두 도전받고 있는 시대에 이 세상을 이해하려면 새로운 생각을 가져야 하고, 이를 위해선 새로운 분류가 필요하다는 철학에서 비롯됐다.

두산인문극장 관계자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은 인물에 주목했던 초연과 달리, 인물의 경계적 모호성에 초점을 맞춰 재창작했다”고 설명했다.

시각장애 관객을 위한 터치투어, 청각장애 관객을 위한 수어통역·문자통역, 휠체어석 등도 준비됐다. 수어통역사가 배우의 대사를 통역하는 수어통역은 7월 9일, 10일, 11일 2시 공연에 제공된다. 관람 전 무대를 직접 경험하고 작품 소개를 듣는 터치투어는 7월 9일, 10일과 11일 2시, 12일 3시 공연 전에 진행되며 사전 신청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전체 회차에 자막해설을 제공하며 사전 음성소개, 휠체어석, 안내보행, 문자소통 서비스를 운영한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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