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랑 남다른 '주짓수 전설' 호돌포 비에이라[이석무의 파이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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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이 그렇게 아름다운 나라일 줄은 상상도 못했죠”

주짓수 세계 챔피언이자 UFC 파이터인 호돌포 비에이라(35·브라질)는 2019년 11월 스파이더 BJJ 챔피언십에 게스트로 참가하기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호돌포 비에이라. 사진=UFC

이때 한국에 대해 큰 감명을 받았다. 국내 주짓수 동호인들의 열렬한 환영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즐겼던 한국 음식도 그에게는 여전히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한국을 방문한 것은 정말 좋은 기억이었다. 그때 처음 한국에 갔는데 그렇게 아름다운 나라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모든 것이 새롭고 멋졌다. 특히 대미안 마이아와 함께 먹은 코리안 바베큐는 정말 최고의 추억이었다”

비에이라는 이미 주짓수계에선 ‘전설’이나 다름없다. 주짓수 대회에서 가장 권위가 있는 대회인 세계선수권대회(문디알)와 아부다비 컴뱃클럽(ADCC)에서 각각 5차례, 7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주짓수에 모든 것을 이룬 비에이라는 2017년부터 종합격투기에 뛰어들었다. 압도적인 그래플링 실력을 바탕으로 데뷔 후 5연승을 거두자 2019년 UFC와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UFC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처음 진출 후 2연승을 거두며 잘 풀리는 듯했지만 2021년 UFC 258에서 앤서니 에르난데스(미국)에게 첫 패배를 당했다. 그것도 길로틴 초크로. 주짓수 고수에게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였다.

이후에도 비에이라는 승패를 오가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UFC에서 8번 싸워 5승 3패를 기록 중이다. 지난 2월에 치른 경기에서도 안드레 페트로스키(미국)에게 판정패했다. 페트로스키는 주짓수만 놓고 보면 브라운벨트로 비에이라에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그라운드 싸움을 피하고 철저히 스탠딩 타격전으로 비에이라는 제압했다.

비에이라는 오는 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UFC 에이펙스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나이트 : 타이르 vs 박현성’ 대회에서 트레시안 고어(미국)를 상대로 6개월 만에 복귀전을 치른다.

원래는 미들급(185파운두. 약 83.9kg)으로 경기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고어가 체중을 맞추지 못하면서 189.5파운드(약 85.6kg) 계약 체중 경기로 열리게 됐다.

비에이라는 UFC에서 살아남으려면 타격 능력을 더 키워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이번 경기를 앞두고 큰 변화를 줬다. 7년 가까이 미국 올랜도에서 거주하며 훈련해온 루틴을 버리고 처음으로 고향 브라질에서 6주간 특별 캠프를 소화했다.

“파이팅 너드 팀과 함께 훈련했다. 타격가들이라 풋워크와 움직임이 인상적이었고, 그들에게서 많은 걸 배웠다. 덕분에 지금 내 몸 상태는 최고다”

특히 이번 경기엔 UFC 미들급 랭킹 6위인 카이우 보할류(브라질)가 비에이라의 코너를 맡을 예정이다. UFC 진출 후 7연승을 달리고 있는 보할류는 현재 미들급에서 가장 핫한 파이터 중 한 명이다.

“보할류에게 내 코너를 맡아달라고 요청했는데 바로 수락했다. 사실 그에게 배울 게 정말 많다. 그는 유도와 주짓수 모두 블랙벨트이고, 완성된 파이터다. 서로 주짓수와 타격을 교류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더”

비에이라와 상대할 고어는 만만치 않은 상대다. 전적은 5승 3패(UFC 2승 3패)로 크게 두드러지지 않지만 거친 스타일의 타격이 강점이다. 타격에 약점이 있는 비에이라로선 상성상 어려운 경기가 예상된다.

비에이라는 “고어는 터프하고 공격적인 파이터다. 길로틴 서브미션과 강력한 타격, 킥이 다 위협적이다”며 “하지만 내 그래플링이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오면 반드시 테이크다운 후 주짓수로 경기를 풀어나갈 계획이다. 물론, 타격전도 준비가 돼있다”고 강조했다.

리어네이키드 초크를 거는 호돌포 비에이라. 사진=UFC

최근 비에이라에게 반가운 소식도 전해졌다. UFC가 주짓수 대회인 ‘UFC BJJ’를 출범하기로 한 것. 비에이라에게 이 대회에 대해 묻자 그는 환하게 웃었다.

“데이나 화이트가 주짓수에 투자하면서 이 종목이 더 큰 주목을 받게 됐다. 정말 좋은 변화이고 기회가 되면 꼭 출전하고 싶다. 단, 마르쿠스 부셰샤와는 체중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경기를 희망하진 않는다(웃음)”

비에이라가 말한 부셰사는 본명이 마르쿠스 알메이다로 2010년대 비에이라의 주짓수계 라이벌이었다. 비에이라와 여러 차례 맞붙어 승패를 주고받았고 현재는 원챔피언십에서 활약 중이다. 체중이 110kg 이상 나가기 때문에 MMA에서 비에이라와 맞붙을 가능성은 ‘제로’다.

비에이라는 주짓수와 MMA의 차이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말했다.

“MMA에서는 상대를 더 세밀하게 컨트롤해야 한다. 타격이 있는 만큼 항상 위험을 의식해야 한다. 반면 순수 주짓수 대회는 더 역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타격이 없으니 체감 난이도는 조금 다르다. 뺨이라도 한 번 맞아봐야 두 환경이 얼마나 다른지 실감하게 될 것이다”

과거에는 주짓수 선수들이 생계를 위해 MMA로 전향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자금은 주짓수만으로도 큰 수입을 벌어들일 수 있다. 비에이라는 마찬가지지만 그는 돈이 아닌 도전을 선택했다.

“이제는 주짓수에서도 충분한 수입을 올릴 수 있어 굳이 MMA로 가지 않는 선수들이 많다. 나는 자신에게 도전하고,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MMA를 택했다”

비에이라는 UFC 데뷔 후 6년이 지났지만, 아직 8경기밖에 치르지 못했다. 코로나와 부상 등으로 예정됐던 경기의 절반 가까이 취소됐다. 하지만 그는 실망하거나 억울해하지 않는다. 챔피언 같은 타이틀 욕심보다는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다는 순수한 목표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이젠 그래플링뿐 아니라 타격에서도 자신이 생겼다. 주짓수를 시작했을 때도 세계 챔피언이 될 줄은 몰랐다. 그저 성장하고, 발전하는 선수이고 싶다. 그게 내 진짜 목표다.

비에이라는 인터뷰 말미에 한국 팬들에게 직접 인사를 전했다. 진심으로 한국을 다시 가고 싶곻 한국 팬들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국 주짓수 팬, UFC 팬 여러분 안녕하세요. 조만간 다시 한국에 꼭 가고 싶습니다. 훈련도 하고, 세미나도 열고, 팬들께 인사드리고 싶어요. 정말로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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