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축구에는 뼈아픈 순간이었지만, 남아공에는 온 나라가 기뻐한 역사적인 밤이었다.
로이터 통신은 25일(한국시간) "남아공 축구팬들이 잠옷 차림으로 거리로 쏟아져 나와 월드컵 성과를 축하했다"고 전했다.
이어 매체는 "남아공 국민들은 자국 대표팀의 월드컵 32강 진출을 축하하기 위해 잠옷 차림으로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이들은 노래하고 춤추며 환희를 만끽했다"면서 "이번 성과는 지난 16년간 남아공 대표팀을 짓눌렀던 2010년의 아픔을 씻어내는 장면이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로이터는 "남아공이 한국을 1-0으로 꺾는 이변을 만들어내며 A조 2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남아공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공동 개최국 캐나다와 32강전을 치르게 됐다"고 전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이날 멕시코 과달루페의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0-1로 패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개최국 멕시코, 체코, 남아공과 함께 A조에 묶였다. 한국은 1차전에서 체코를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뒀지만, 2차전에서 멕시코에 0-1로 졌다. 그래도 남아공전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A조 2위로 32강에 오를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충격패를 당하며 조 3위로 밀려났다.
이로써 양 팀의 희비는 크게 엇갈렸다. A조에서는 멕시코가 3전 전승(승점 9)으로 조 1위를 차지해 32강에 진출했다. 남아공은 1승1무1패(승점 4)를 기록하며 조 2위로 토너먼트 무대에 올랐다. 한국은 1승2패(승점 3)로 조 3위에 머물렀다. 체코는 1무2패(승점 1)의 성적으로 월드컵 여정을 마쳤다.
이번 대회부터 월드컵 참가국은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12개 조 1, 2위와 함께 조 3위 12개 팀 가운데 성적이 좋은 8개 팀도 32강에 합류한다. 한국에도 32강 진출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북중미 월드컵 조 3위 순위에서 한국은 6위를 기록 중이다.


반면 남아공은 네 번째 월드컵 무대에서 처음으로 토너먼트 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앞서 남아공은 1998년, 2002년, 2010년 세 차례 월드컵 본선에 출전했지만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무엇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월드컵 역사상 첫 개최국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었다.
로이터는 "남아공이 월드컵 조별리그를 통과한 것은 네 번째 도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가장 쓰라렸던 실패는 2010년이었다. 당시 남아공은 개최국이었지만,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한 개최국이 됐다"고 짚었다. 이어 "그 기억은 남아공에 큰 상처로 남았다. 그래서 이번 성과는 순수한 기쁨, 그리고 안도감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남아공 축구팬들도 뜨겁게 환호했다. 로이터는 "한국전은 남아공 현지 시간으로 새벽 3시에 시작됐다. 하지만 피곤에 지친 팬들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소웨토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남녀노소 팬들이 잠옷과 나이트가운 차림으로 집 밖으로 나왔고,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거리에서 축제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남아공은 럭비와 크리켓 강국이다. 하지만 가장 대중의 인기를 자랑하는 스포츠는 단연 축구다. 하지만 남아공 축구대표팀은 1996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우승 이후 오랫동안 국제무대에서 부진을 겪었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이를 털어낸 셈이다. 한국전 승리가 그 발판이 됐다.


남아공의 저명한 스포츠 기자 로렌츠 콜러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남아공이 골을 넣는 순간 이웃집에서 터져 나온 함성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국민이 잠을 자지 않고 경기를 지켜봤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몇 년간 지켜본 남아공 경기 중 단연 최고였다. 이번 축제는 수년간 쌓였던 좌절과 열정이 한 번에 폭발한 것이다. 사람들이 완전히 미쳐 있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이 순간은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다. 또 전 세계가 남아공의 축구 재능을 주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월드컵 그 이상의 거대한 그림이 그려졌다"고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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