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안팎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출마설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안정적 국정운영과 미국발 관세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그의 천명에도 오히려 ‘대권행보’라는 해석이 연일 따라붙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경선에서 승리한 이가 한 대행과 단일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경선 참가자 대부분은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한 대행의 출마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응답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17일 공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이날 공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한 대행의 대선 출마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응답률은 66%를 기록했다.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24%에 그쳤다. 모름·무응답은 10%를 기록했다.
한 대행은 앞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15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안정된 국정운영이 제 긴 공직 생활의 마지막 소임이라 믿고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달 14일에도 그는 미국발(發) 통상전쟁 대응과 관련해 발언하며 “저에게 부여된 마지막 소명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가 통상 대응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마지막 소명’이라는 표현을 쓴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조기 대선 출마론을 에둘러 무마시켰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나, 그가 지금까지 명확하게 대선 불출마를 언급하지는 않았다는 데서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여전히 거론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까지 나서서 “출마 의사가 없는 분에게 계속 (출마하라고) 이야기하는 건 당 경선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지적한 바 있지만, 그가 경제·외교 분야에서 50년이 넘는 공직 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데 정치권은 주목하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평도 있다.
또 한 대행의 고향이 전북 전주라는 점도 영호남 통합형 주자로서 이미지를 제고하는 요인이라는 게 보수 진영의 기대다. 국민의힘 경선에 도전한 8명의 후보 중 누구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에 근접하지 못한 상황 역시 한 대행의 출마설을 띄우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문수 경선 후보 캠프에 합류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의 경우, 최근 한 대행과 김 후보의 단일화가 대선에서 최종 승리할 방안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다만 이 경우 일차적으로는 김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최종 확정되어야 하며, 확정되더라도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당심과 여론을 온전히 반영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는 지난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통한 전화면접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23.2%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