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둥이라고 손가락질하던 사람들 눈을 피해 산속에 숨어 살았습니다. 김문수 후보님은 이런 저에게 밖으로 손을 내밀어 주시고, 안아주셨습니다. 후보님, 보고 싶었습니다." (장자마을 주민 김순이 씨)
4일 오후 경기도 포천 신평리 장자마을 행복나눔터. 주민 김순이 씨가 손수 적은 편지를 읽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눈시울이 금세 벌게졌다. "김 후보는 저희한테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가르쳐주셨다. 낮은 곳에 사는 사람을 늘 지켜봐 주시고 안아주시는 분이다"라는 대목에 이르자 김 후보는 눈을 질끈 감은 채 눈물을 흘렸다.
장지마을은 지난 1973년 무렵부터 한센병 환자들이 하나둘 모여들며 형성된 마을이다. 이날 행사에는 경기 포천을 지역구로 둔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과 이길용 한국 한센총연합회장을 비롯한 경기지역 한국 한센총연합회 회원 및 마을 주민 30여명이 참석했다. 파란색 재킷에 흰 면바지 차림으로 등장한 김 후보는 마을 주민들한테 "잘 계셨습니까" 등 인사말을 건네며 손을 맞잡았다.
김 후보와 장자마을의 인연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기도지사를 역임했던 김 후보는 이곳에 우후죽순 들어선 무허가 염색공장을 '섬유전문산업단지'로 양성화하는 계획에 착수했다. 이듬해 환경부 고시가 개정되며 산업단지 입주가 가능해졌고, 현재 장자일반산업단지가 조성됐다.
이날 김 후보는 오전 국립현충원 참배에 이은 대선 주자로서 두 번째 공식 행보로 장지마을을 찾았다. 앞서 지난 2010년 김 후보는 경기도지사 재선에 성공한 직후 이곳에서 이틀간 머물며 대통령 후보가 되면 다시 방문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씨는 편지에 "우리 마을이 생기고 '높으신 분'이 찾은 건 김 후보가 처음이었다. 약속을 지켜줘서 감사하고, 이제 후보가 아니라 대통령이 되고 다시 찾아주시라"고 적었다.
김 후보는 "우리 행정이 가야 할 방향이 장자마을에 있다"고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불필요한 규제를 만들고, 이에 따른 단속으로 전과자를 양성하는 것이 행정의 본질이 아니다"라면서 "가장 어려운 분들을 찾아뵙고 따뜻한 보살핌과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 행정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전 장지마을 주민들은 서울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태워 연료로 사용하고, 한탄강에는 폐수가 방류되곤 했다"며 "주민들의 열악한 상황에도 한탄강 유역의 각종 규제로 주민들은 불법 염색공장을 운영하며 연명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당시 경기도지사로서 환경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를 찾아가 사정을 설명한 끝에 지금의 장자마을을 만들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김 후보는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신 장자마을 주민 여러분이야말로 애국자"라면서 "여러분을 위해서라도 꼭 마을을 바꿔야겠다고 다짐한 초심을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 후보는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데 이어 경기 포천 장자마을을 찾았다. 이어 경기 의정부제일시장을 찾아 상인들의 민심을 청취할 계획이다.
포천=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