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황혼육아를 둘러싼 갈등으로 일상이 무너진 ‘헬리콥터 부부’의 사연이 안타까움을 안겼다.
13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약칭 ‘결혼 지옥’) 176회에서는 손녀를 돌보며 갈등을 겪고 있는 ‘헬리콥터 부부’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방송에서는 1년여 만에 완전히 달라진 작은딸의 사연과 황혼육아로 흔들리는 가족의 현실이 그려졌다.
이날 부부는 성실한 방사선사였던 작은딸이 서울로 떠난 지 약 1년 만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털어놨다. 부모도 모르는 사이 결혼한 작은딸은 어느 날 갓난아이를 안고 집을 찾았고, 함께 온 남편에게 욕설을 하며 “더는 못 살겠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부모는 딸이 부부 관계를 회복하려는 마음으로 내려온 것으로 생각해 다시 남편 곁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이후 밝혀진 작은딸의 결혼생활은 충격적이었다. 작은딸은 전남편으로부터 지속적인 가스라이팅과 폭언,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휴대전화를 빼앗겨 외부와 연락이 끊겼고, 증거도 제대로 남기지 못한 채 이혼 소송을 진행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여기에 전남편이 결혼 당시 다른 여성과도 이혼 소송 중이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방송에서는 작은딸의 불안정한 모습도 공개됐다. 카메라를 향해 혼잣말을 하거나 대화 도중 갑자기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바꾸고, 한동안 멍하니 서 있는 행동이 반복됐다. 이를 본 어머니는 “야무졌던 딸이 전혀 다른 사람이 됐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작은딸은 부모가 손녀를 돌보는 동안에도 아이를 거의 바라보지 않았고, 아이가 다가오거나 울어도 무심한 모습을 보여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를 지켜본 오은영 박사는 작은딸의 상태를 심각하게 진단했다. 그는 “영상 속 혼잣말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서 나타날 수 있는 해리 증상으로 보인다”며 “트라우마가 심하면 현실감과 기억 체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화 도중 전혀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는 모습에서는 연상의 이완과 지리멸렬 양상이 보인다”며 “스트레스 상황에서 더욱 심해질 수 있어 적극적인 전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녀를 둘러싼 황혼육아는 결국 부부 갈등으로 이어졌다. 아내는 “주말마다 남편이 모임에 나가 육아가 모두 내 몫이 됐다. 나도 친구를 만나고 운동하며 내 시간을 갖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에 남편은 “그러면 당신이 돈을 벌어올래? 내가 육아를 다 하겠다”고 맞섰고, “당신이 그러니까 애들이 집을 뛰쳐나간 것 아니냐”고 말하며 언성을 높였다.
오은영 박사는 작은딸이 아이를 외면하는 모습 역시 결혼생활에서 겪은 트라우마와 무관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어 갓난아이를 안고 친정을 찾았던 당시를 언급하며 “딸은 부모에게 구조 요청을 한 것이었다. ‘너 힘드니? 우리가 무엇을 도와줄까?’라고 물었어야 했다”고 짚었다. 또한 현재 조부모가 손녀를 대신 키우는 상황에 대해서는 “주양육자의 자리는 엄마인 작은딸에게 다시 돌려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송 말미 작은딸은 “부모님이 이렇게 힘드신 줄 몰랐다”고 처음으로 진심을 전했고, 이를 들은 아버지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기 시작한 가족은 조심스럽게 화해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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