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경력으로 입사한 직원, 바로 해고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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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경력으로 입사한 직원, 바로 해고할 수 있을까

넷플릭스 전 세계 1위를 휩쓸고 있는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주인공은 최고의 케이팝 아이돌 그룹의 리더이자 악귀로부터 세상을 지키는 데몬 헌터이다. 그런 주인공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었으니, 인간과 악귀의 혼혈로 태어나 자신들이 절대적으로 배제해야 하는 존재인 악귀의 문양을 가지고 있었던 것. 주인공은 악귀들을 모두 봉인하는 사명을 완수하고 나면 자신이 가진 악귀의 문양도 없어질 것이라고 믿고 가장 가까운 팀 멤버들에게도 자신의 비밀을 숨기고 있었으나, 악귀들을 봉인하기 위한 마지막 공연 도중 악귀들의 계략에 빠져 멤버들을 포함한 모두의 앞에서 자신의 비밀을 들키게 되고, 주인공이 그동안 자신들에게 그와 같은 중대한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는 것에 대한 커다란 배신감을 느낀 멤버들은 결국 그동안 자신들이 악귀와 싸우던 칼날을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주인공을 향해 들이밀기에 이른다.

이처럼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며 함께 일하고 많은 성과를 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관계가 처음부터 중요한 사실을 숨기거나 속인 채 이루어진 것이라면 이는 모래 위에 지은 누각처럼 언제 무너지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영화나 소설 같은 이야기에서 뿐만 아니라 현실의 직장생활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기업은 채용 과정에서 근로자의 선발을 위하여 지원자에게 이력이나 경력에 대한 증명을 요구하고, 지원자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신의 역량과 잠재력을 보여주기 위하여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한껏 꾸며 제출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일부 지원자는 경력, 학력, 자격증 등 유리한 사실을 사칭하기도 하고, 운동 전력, 징계나 비위전력 등 불리한 사실을 고의로 누락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허위 기재는 당사자의 신뢰관계를 깨는 중대한 비위행위인만큼 해고까지도 이어질 수 있는데, 그렇다면 기업은 경력 허위 기재가 드러난 직원을 언제든 해고할 수 있을까?

근로계약 체결 시 이력서, 경력증명서 등을 허위로 작성하거나, 중요한 경력을 숨긴 행위는 기본적으로 근로자의 진실고지의무 위반으로서 징계사유에 해당할 수 있음은 명확하다. 판례도 기본적으로 취업규칙 등에서 근로자가 고용 당시 제출한 이력서 등에 학력 등을 허위로 기재한 행위를 징계해고 사유로 특히 명시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것이 사회통념상 현저히 부당하지 않다면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허위 이력·경력의 기재가 있다고 하더라도 모든 상황에서 이를 이유로 한 해고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판례는 사용자가 사전에 그 허위 기재 사실을 알았더라면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거나 적어도 동일 조건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리라는 것뿐 아니라, 그 근로자의 근무 기간, 허위기재를 한 학력 등이 정상적인 근로 제공에 지장을 초래하는지 여부, 학력 등의 허위 기재 사실을 알게 된 경위 및 그 후의 조치 내용, 허위 기재 사실이 상호간 신뢰관계와 기업 질서유지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학력 위조의 경우, 종래에는 근로자가 이력서에 허위의 경력을 기재한다는 것 자체가 그 근로자의 정직성에 대한 중요한 부정적인 요소가 됨은 물론 근로자에 대한 전인격적 판단을 그르치게 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학력을 위조한 경우 그 자체만으로도 징계해고의 정당성을 쉽게 인정하는 경우가 많았다(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두4672 판결, 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누11126 판결 등).

반면 최근에는 학력과 경력을 은폐한 사실이 있더라도 채용 공고에 경력무관, 학력무관으로 명시되어 있었고, 해당 업무가 단순노무직인 창고관리원으로서 최종학력 및 경력과 별다른 관련성이 없으며, 회사가 이러한 허위 학력·경력 기재 사실을 미리 알고도 한동안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여 허위 학력 기재를 이유로 한 해고가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등(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3두11031 판결) 학력 위조의 경우에도 위조 사실 자체뿐만 아니라 이후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그 정당성을 판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력 위조의 경우, 법원은 간호조무사로 장기간 근무한 자가 병원 행정원 채용에 지원하면서 종래 행정주임으로서 행정업무를 담당했다는 취지의 허위 경력을 기재한 사안(서울행정법원 2022. 12. 23. 선고 2021구합89039 판결), 전에 근무하던 회사에서 근무성적불량으로 해고당한 사실 등이 회사에 알려질 것을 우려하여 기존 회사에 근무한 경력을 은폐하고 실재하지 않는 다른 회사에서 근무한 것처럼 허위로 경력을 사칭한 사안(대법원 1990. 10. 30. 선고 89다카30846 판결), 운송회사의 운전사가 마지막으로 근무한 회사에서 근무 중 해고당하였던 사실을 숨기기 위하여 그 이전의 2개 업체의 근무경력만을 기재하고 마지막 회사에서는 근무하지 않은 것처럼 기재한 사안(대법원 2000. 6. 23. 선고 98다54960 판결) 등에서 회사가 이러한 사실을 알았더라면 해당 근로자와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아 징계해고를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법원은 버스회사의 운전사가 종전 회사에서 4개월간 근무한 경력을 누락한 사안에 있어서는 이를 누락한 정황에 참작할 부분이 있고 해당 짧은 경력을 중대한 고려대상으로 삼을 만한 구체적인 사정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이 정도 사유만으로는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단하기도 한바(대법원 1999. 12. 21. 선고 99다53865 판결), 단순히 허위 경력이 있다는 사실만을 두고 곧장 신뢰관계가 파탄났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판례는 근로자가 과거 직장에서의 형사처벌 및 파면 사실을 이력서에 기재하지 않고 입사한 사안에서 해당 근로자가 입사 이후 13년간 성실히 근무하였고 업무수행에도 문제가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여 이를 이유로 한 면직처분을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해고로서 무효라고 판단하기도 하는 등(대법원 1993. 10. 8. 선고 93다30921 판결) 기업이 경력 사칭 사실을 입사 이후 상당 기간 알고서도 묵인하거나, 이미 일정 기간 경력이 쌓이며 해당 근로자와 신뢰가 회복된 경우 해고의 정당성이 없다고 보기도 한다.

한편 경력 사칭을 이유로 해고 등을 하는 경우,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령 및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절차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법원은 인사노무 담당자로 채용 내정한 자의 직장 내 괴롭힘 징계 전력을 알게 되어 채용을 취소하며 채용 취소의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않고 ‘내부 사정’으로 채용 내정을 취소한다고 밝힌 사안에서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서면통지의무를 다하지 않아 해고가 무효라고 판단하기도 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24. 8. 23. 선고 2023구합62922 판결).

앞서 정리한 것처럼 법원은 허위의 경력·이력 기재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그것만으로 해고를 정당화할만큼 당사자간의 신뢰가 깨졌다고 인정하기보다는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고의 정당성을 신중하게 판단하는 입장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입사 때부터 지원자의 경력·이력 등의 검증에 더욱 공을 들일 필요가 있고, 채용 이후 경력 등의 사칭이 확인되더라도 무작정 해고나 채용 취소 등 중대한 조치를 하기에 앞서 해당 허위가 객관적으로 중요한 경력에 대한 것인지, 업무와의 구체적인 관련성이 있는지, 취업규칙에 그에 대한 징계사유가 명확히 규정되어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이후 근로자에게 소명기회 등 정당한 절차를 보장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송우용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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