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자동차가 ‘바퀴 달린 컴퓨터’로 진화하는 시대가 되면서 자율주행 기술 확보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은 완성차 업체의 미래가 걸린 생존 전략이 됐다.
한·일 자동차 산업의 양대 축이자 숙명적 라이벌인 현대자동차그룹과 토요타그룹은 소프트웨어 사령탑에 전략적 인사를 단행하며 미래차 주도권을 건 승부수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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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우 현대자동차그룹 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하지메 쿠마베 우븐 바이 토요타 최고경영자 (사진=Gemini 생성) |
‘혁신의 본고장’ 실리콘밸리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박민우 현대차그룹 첨단차플랫폼(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이사 사장과, 일본 자동차 산업 최전선에서 40년 가까이 관록을 쌓은 하지메 쿠마베 우븐 바이 토요타 최고경영자(CEO)가 각사의 전략을 대표해 전면에 섰다.
23일 박 사장은 판교 포티투닷 사옥에 첫 출근하며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현대차 SDV 전환의 성패를 가를 인물로 평가받는 만큼 업계의 관심도 각별하다.
박 사장은 2010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석·박사를 마친 뒤 일찌감치 컴퓨터 비전 분야에 몸담았다. 자율주행이 본격적인 화두로 떠오르기 전부터 기계가 보고 판단하는 기술을 선도적으로 연구해온 셈이다.
그는 2015년 테슬라에 합류해 카메라 기반 자율주행 아키텍처 개발에 참여했고, 이듬해 ‘테슬라 톱 탤런트 상’을 수상하며 핵심 기술 인재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엔비디아로 자리를 옮긴 박 사장은 완성차용 AI 칩과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을 이끌었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협업해 알고리즘을 양산 차량에 적용하는 과정을 주도하며 6년 만에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특히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직접 소통하는 핵심 리더 그룹에 포함되기도 했다.
박 사장이 현대차 AVP본부장과 포티투닷(42dot) 대표를 겸임하게 된 것은 ‘순혈주의’ 색채가 강했던 현대차에서 보기 드문 파격 인사라는 평가다. 포티투닷은 자율주행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AVP본부는 차량 전자·소프트웨어 아키텍처를 총괄한다. 두 조직 모두 현대차그룹의 미래차 전략이 걸린 핵심 조직으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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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우 현대자동차그룹 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이사 사장 (사진=현대차그룹) |
박 사장과 맞붙을 토요타 측 인사는 하지메 쿠마베 우븐 바이 토요타 CEO다. 쿠마베 대표는 1986년 니혼덴소(현 덴소)에 입사해 전자 플랫폼과 주행 보조·안전 시스템 개발을 맡아온 정통 엔지니어 출신이다. 40년 가까이 토요타 생산 현장의 최전선에서 경력을 쌓아온 인물로, 그룹 안팎 사정에 정통한 ‘산증인’으로 통한다.
쿠마베 대표는 2014년 어드밴스드 세이프티 사업부 상무로 승진해 첨단 모빌리티 시스템 개발을 이끌었고, 2019년에는 덴소·아이신 등이 합작 설립한 ‘J-QuAD DYNAMICS’의 초대 CEO로 선임됐다. 각자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자존심이 강한 토요타 계열 부품사들을 설득해 소프트웨어 역량을 통합한 성과는 일본 산업계에서도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
이 같은 경력을 인정받아 그는 2023년 토요타 SDV 전략의 컨트롤타워인 ‘우븐 바이 토요타’ CEO로 발탁됐다. 통합 운영체제 ‘아레네(Arene)’ 개발과 자율주행 기술의 양산 적용을 책임지는 자리로, 토요타의 체질을 제조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꾸기 위한 전략 조직을 이끄는 핵심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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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메 쿠마베 우븐 바이 토요타 최고경영자 (사진=우븐 바이 토요타) |
현대차가 박 사장의 ‘혁신 DNA’를 통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내재화와 역량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려 한다면, 토요타는 쿠마베 대표의 관록과 노하우로 소프트웨어 역량을 통합하고 양산 체계를 정비하는 데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그동안 현대차 안팎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의 내재화와 양산 적용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박 사장은 취임 직후 AVP본부와 포티투닷의 협업 체계를 본격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의사결정을 압축하고 개발 역량을 고도화하는 것이 그의 첫번째 주요 과제로 꼽힌다.
실제 박 사장은 취임 첫날 AVP본부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올해 중점 추진 과제 중 하나로 ‘AVP-포티투닷 시너지를 통한 기술 내재화 및 시장 가치 증명’을 제시했다. 지난달 “AVP본부와 포티투닷 사이에는 칸막이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원팀’ 정신과 양산 성과 창출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장기 목표는 자동차를 넘어 로보틱스까지 아우르는 ‘피지컬 AI’ 역량 구축이다. 이를 위해 하드웨어 중심 구조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하고, 연구 단계에 머물던 기술을 양산차에 신속히 적용하는 실행력이 요구된다. 현대차가 전통 제조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미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가 박 사장의 리더십에 달려 있는 셈이다.
토요타의 쿠마베 대표 역시 ‘전통의 토요타’와 ‘혁신의 우븐’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현장의 거부감을 완화하고, 하드웨어 이해를 기반으로 한 토요타식 단일 소프트웨어 체계를 구축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중장기 과제는 후지산 기슭에 조성 중인 미래형 실험 도시 ‘우븐 시티’를 단순한 기술 테스트베드가 아닌 수익 창출이 가능한 도시형 플랫폼으로 안착시키는 것이다. 도시 전체를 하나의 데이터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다목적 전동 모빌리티 차량 ‘e-팔레트’를 이동 서비스의 중심축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토요타가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727만 대를 판매하며 4년 연속 ‘글로벌 톱3’를 유지했다. 1132만대를 기록한 토요타그룹이 선두를 지킨 가운데, 현대차그룹 역시 판매 격차를 좁히며 수익성과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 면에서 토요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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