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3일 뉴스1에 따르면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는 ‘국민의 주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청주지법의 한 판사다.
그는 "'대법원이 선거판에 뛰어들었다. 대법관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재판을 통해 정치를 한다' 등의 국민적 비판이 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거세지고 있다"며 글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DJ 정치자금 수사와 같이 선거철이 되면 진행 중이던 수사나 재판도 오해를 피하기 위해 중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대체 이러한 사법 불신 사태를 누가 왜 일으키고 있는지, 사상 초유의 이례적이고 무리한 절차진행이 가져온 이 사태를 과연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선거 후 사법부가 입을 타격이 수습 가능할 것인지 그저 걱정될 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건의 재판 진행 절차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진행됐다는 점을 글을 쓴 판사는 지적했다.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은 항소심 선고 후 이틀만에 사건이 대법원으로 송부됐고, 피고인 답변서가 제출된 다음날 소부에 배당된 뒤, 즉시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당일 오후에 1차 합의기일을 가졌고, 이틀 후 2차 합의기일을 거친 뒤, 1주일만에 판결이 선고됐다.
글을 쓴 판사는 "30여년 동안 법관으로 근무하면서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초고속 절차 진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1, 2심의 결론이 다르고 그 심리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은, 그만큼 사실관계 확정 및 법리 적용이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또 대법원이 대선을 한달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의 사건을 심리할 때부터 의아했다며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리든 "대법원이 선거에 개입하고 정치행위를 했다”는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것임이 자명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며 "국민은 그저 지배 대상이, 재판 대상이 아닙니다. 우리를 임명한 주인이고, 결국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