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또 화물선에 드론 공격
해협 통제권 과시하며 어깃장
국제기구 철수작전 긴급 중단
정상화되던 유가도 다시 상승
미국과 이란 간 종전협정의 '뇌관' 중 하나였던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가 이란의 화물선 공격으로 또다시 기로에 섰다. 전쟁 이전 수준까지 급락했던 국제유가는 하루 만에 반등하며 우려를 키우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은 해협 통과를 시도하던 싱가포르 선적 컨테이너선 '에버러블리'호를 자폭 드론을 이용해 공격했다. 함교에 파손이 발생했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 피격 지점은 오만 다히트항 남동쪽 약 14㎞ 해역으로 이란보다 오만 쪽에 가까웠다. 함께 해협을 통과하려던 선박 4척은 페르시아만으로 돌아갔다.
이란의 우발적 사고라기보다는 계획된 공격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은 이란 측이 지정한 것과 다른 항로로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들에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제해사기구(IMO)가 호르무즈 해협에 갇혔던 선박 수백 척과 선원 1만1000여 명을 철수시키기 위해 진행하던 작전이 하루 만에 중단됐다. IMO는 지난 24일 선박들을 빼내는 작전에 착수했으며 오만이 임시 통항로를 제공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공격은 이란이 해협 통제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대내외에 알리면서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그동안 이란은 해협 통제권을 두고 미국과 치열한 기싸움을 벌여왔다. 이란이 양해각서(MOU)에 규정된 휴전 기간 60일이 만료된 후에는 통항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 명목으로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로부터 돈을 받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미국과 오만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안전·보안·환경 서비스가 유료화될 경우 연간 400억달러(약 60조원) 규모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만큼 이란으로서는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가뜩이나 종전 MOU가 이란에 유리하게 체결됐다는 비판에 시달려온 미국으로선 전쟁 이전에는 없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까지 생기면 곤혹스러운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어떤 국가도 국제수로 이용에 대해 통행료를 부과할 권리는 없다"며 "이는 어떤 합의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고 밝혔다.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을 공유하는 오만도 이란의 통행료 신설 방안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가 암초에 걸리면서 종전협상 판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나타난 유가발 인플레이션도 다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당장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로 급락하던 국제유가가 반등했다.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2.06% 상승한 배럴당 75.26달러를 기록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해협 통항 회복 기대감으로 유가가 전쟁 발발 이전인 2월 말 수준까지 급락했지만 하루 만에 다시 튀어오른 것이다.
[뉴욕 임성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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