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이 언제 개방될지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이 잠시 열린 틈을 타 필사의 탈출에 성공한 유조선의 사연이 알려졌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경유 30만 배럴을 실은 소형 유조선 ‘아크티 A’호는 바레인 인근 해역에서 수 주간 발이 묶여 있다가 지난 18일 새벽 해협을 빠져나왔다. 탈출 직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고속정을 투입하며 다시 통제에 나섰다.
당시 아크티 A는 이란이 해협을 “완전히 개방했다”고 잠시 밝힌 직후, 페르시아만을 빠져나가려는 선박 행렬의 선두에서 움직였다. 덴마크 해운업체 머스크 탱커스가 운영하고 원자재 트레이딩 업체 비톨의 화물을 실은 이 선박은 주변에서 다른 선박들이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받는 상황 속에서 탈출에 성공했다.
이 배의 타이밍은 절묘했다. 위험 구간을 통과한 직후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고속정을 해협에 투입했기 때문이다. 무사히 호르무즈 해협을 탈출한 아크티A는 현재는 희망봉을 향해 항해 중이다.
FT는 “글로벌 에너지 트레이딩 업체들에겐 페르시아만에 발이 묶인 유조선을 어떻게 빼낼지가 이번 전쟁에서 가장 까다로운 문제 중 하나”라며 “보험료, 선박 유지비, 추가 항만 비용 등으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란 전쟁이 계속된 지난 8주간 협상, 휴전, 해협 일시 개방과 재차단 등 상황이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해운업계는 발 묶인 선박을 어떻게 구해올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협을 빠져나오는 데는 길게는 8시간이 걸려 그 사이에 외교 상황이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 마린의 페터르 베이르닝크 최고경영자(CEO)는 17일 선박 한 척의 이동을 지시했다. 그러나 이 선박의 중국인 선주가 중국 정부 측에 이를 확인하는 사이 18일 오전이 됐고 상황은 뒤집혔다. 이 배는 결국 해협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프랑스 해운업체 CMA CGM 소속 선박 여러 척도 18일 통항을 시도했으나 한 척이 발사체에 공격받자 뱃머리를 돌려야 했다.
18일 오전까지 몇 시간 사이에 해협을 빠져나온 마지막 배는 아제르바이잔 국영 석유회사 소카르(Socar)를 위한 원유를 싣고 간 유조선이었다. 한 중개업자는 회사 측이 이 화물로 막대한 이익을 거뒀다고 전했다.
일시 개방 기간 외에 해협을 통과한 유조선들도 있다.
유조선 375대를 운용하는 글로벌 원자재 업체 트라피구라는 걸프해역에 갇힌 유조선이 10척이었는데 지난 2일 오만 소유의 달쿠트호를 빼내는 데 성공했다. 이 배는 오만과 연계된 다른 두 척과 함께 오만 해안에 근접하게 항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개업체 머큐리아는 전쟁 발발 당시 걸프해역에 선박 3척이 있었는데 모두 빼내왔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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