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마지막 야당 해산… “정치적 압력 못버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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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제정 5년만 야권 전멸
“당원과 동료 의원 안전 위해 결정”

홍콩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야당인 홍콩 사회민주당연맹(LSD)이 당을 공식 해산한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LSD의 해산으로 2020년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한 지 5년 만에 홍콩에선 야권 세력이 사실상 모두 사라지게 됐다.

홍콩 싱다오일보에 따르면 LSD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강력한 정치적 압력에 의해 당의 해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찬포잉(陳寶瑩) LSD 주석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당원과 동료 의원들의 안전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누구로부터 어떤 압력을 받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LSD는 ‘홍콩의 체 게바라’라고 불리던 렁쿽훙(梁國雄) 등 민주 진영 활동가들에 의해 2006년 설립됐다. 창당 2년 만인 2008년 입법회(의원) 선거에서 3석을 확보하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2008년 연설 중인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에게 복지 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며 바나나를 던지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등 민주 진영 안에서 강성으로 꼽혔다. 하지만 2020년 반체제 인사를 처벌하는 홍콩 국가보안법이 제정되고, 렁 전 주석 등 지도부들이 투옥되면서 어려움을 겪어 왔다.

홍콩 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과 정권 전복이나 테러,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의 범죄에 최고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법 제정 뒤 지미 라이 핑궈일보 창업주 등 반체제 인사들이 대거 투옥되거나 해외로 망명했다. 2020년 이후 지금까지 홍콩 국가보안법으로 체포된 사람은 332명으로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165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달 26일 전했다.

특히 중국은 2021년 9월 ‘애국자(친중 인사)’만 입후보할 수 있도록 홍콩 선거 제도를 바꿨다. 이에 친중 인사만 선거 입후보, 의회 진출이 가능해지면서 야권 세력이 설 자리는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며 ‘우산 시위’를 주도했던 공민당은 2023년 5월 해체됐다. 최대 야당이었던 민주당도 올 2월 해산 절차에 착수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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