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민주 기자] 서울 여의도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개인사업자 대출을 알아보다 대출 한도가 예상보다 줄어든 사실을 확인했다. 최근 몇 달 연속 매출이 감소해 예전보다 대출이 덜 나올 수 있겠다는 우려를 했는데, 설마가 현실이 됐다.
판매량은 예년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원·달러환율 상승으로 원두 가격이 오르면서 마진이 감소한 게 문제였다. A씨는 “환율 때문에 처음 계약 때보다 원두 가격이 1만5000원 이상 올랐다”면서 “맛 때문에 저가 원두로 갈아탈 수 없는데 판매가를 올릴 수도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A씨는 대출 신청을 보류했다. 일단은 매출부터 올려보고 추후 대출 신청을 재개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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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고환율에 마진 줄어…하반기 환율 재상승시 매출 추가 타격
고환율에 매출 타격을 입고 있는 소상공인 걱정이 개인사업자 대출까지 번지고 있다. 환율 상승으로 원재료 가격이 올라 매출과 수익성이 악화되면 대출 한도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사업자 대출 심사 시 은행들은 여전히 매출과 상환능력을 가장 중요한 심사 요소로 반영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도, 업종, 부채 수준 등 여러 항목을 종합해 보지만 매출이 몇 개월 연속 감소하면 상환능력 평가에 영향을 미쳐 한도가 줄거나 대출이자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고환율은 소상공인에 특히 치명적이다. 카페나 베이커리, 일식집 등 식음료 외에도 미용실, 꽃집, 자동차 정비소, 가구 제작업체 등 다양한 업종에서 원재료를 수입해 쓰는데 이들은 기업처럼 대량 구매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격 변동에 더욱 취약하다.
이런 가운데 금융권은 하반기 환율 추가 상승을 점치고 있다. 이달 1일 달러당 1552원이었던 환율은 이달 8일 1507원으로 45원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단기간 내 1400원대 진입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미 연준(Fed)의 긴축, 엔화 약세,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확대 등 환율을 끌어올릴 요인은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1500원대 재진입 가능성이 높다”면서 “기존 대출을 보유 중인 소상공인이 매출 악화로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연체 상황에 이르면 신용점수 하락으로 이어져 이후 대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매출 떨어져도 괜찮다…성장 가능성으로 상환 여력 판단
금융당국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체계(SCB)’ 도입을 추진해왔다. 기존 대출 심사 방식보다도 사업 업력이나 플랫폼 성장지수 등 미래 성장성을 평가해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었다.
성장성이 높게 평가돼 상위 S등급에 해당할 경우, 신용등급이 상향조정 된다. 이럴 경우 기존 신용등급 대비 대출승인, 한도확대, 금리우대 등의 혜택을 볼 수 있다.
미래 성장성을 평가하는 방식은 해외 금융사에서도 도입했다. 영국 오크 뱅크(Oak North Bank)는 성장성이나 잠재력이 높으면 동일 신용등급에서도 한도나 만기 우대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 CB사들은 상거래 데이터 등을 결합해 소상공인 대상 별도 신용점수를 산출하고 이를 금융사에 제공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오는 8월께 IBK기업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제주은행 등에서 SCB 시범운영을 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매출이나 신용점수 외에도 소상공인의 상환 여력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들을 추가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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