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기가 막혀'…수출은 사상 최대인데 대체 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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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부터 "원·달러 24시간 거래 시대"…개장 충격 줄인다
반도체 수출 최대에도…달러는 외환시장 안 나와
외국인·엔저·강달러…증권가 "원·달러 1500원대 당분간 지속"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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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 중반으로 올라서며 연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높여가고 있다.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수출이 사상 최대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주요 수출기업이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즉시 환전하지 않는 데다 외국인의 증시 자금 유출과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오는 6일부터 국내 외환시장이 24시간 거래 체제로 전환되는 가운데 증권가는 하반기 환율 향방을 좌우할 변수로 기업의 달러 환전과 외국인 수급, 미국 통화정책을 꼽는다.

수출은 최대인데…달러는 외환시장 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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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보다 5.5원 오른 1554.9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5일(1568원) 이후 최고치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초에도 장중 1560원에 근접한 뒤 한때 1400원대 중반까지 내려왔지만, 이후 다시 1500원대 중후반으로 올랐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 완화 기대, 국제 유가 안정에도 원화 약세가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

환율이 쉽게 내려오지 않는 가장 큰 배경으로는 수급이 꼽힌다. 통상 수출이 늘면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면서 원화 가치가 강세를 보인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공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날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6월 및 상반기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70.9% 증가한 1022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월간 수출이 10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입은 661억달러, 무역수지는 361억5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199.5% 증가한 448억2000만달러로 사상 처음 월 400억달러를 돌파했다.

상반기 누적 수출도 4967억달러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반도체 상반기 수출은 1924억달러로 지난해 연간 수출액을 이미 넘어섰다.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이 수출 호조를 이끌었다.

문제는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가 외환시장에 바로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기업의 달러 예금 잔액은 829억9000만달러로 전월 말보다 29억4000만달러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2012년 관련 통계를 공개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주요 수출기업에 수출대금의 신속한 환전과 해외 유보자금의 국내 유입 확대를 당부했지만, 기업들은 고환율이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달러 보유를 늘리는 분위기다.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고 판단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시점을 늦출 유인이 커진다.

외국인·엔저·강달러…증권가 "원·달러 1500원대 당분간 지속"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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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KB증권은 반도체 호황으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고 있지만, 외국인 증권자금 유출이 이어지면서 원화 강세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초 이후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 규모는 145조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도 달러 강세와 외국인 자금 유출이 이어질 경우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예측이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변수는 남은 외국인 증권자금 매도 물량"이라며 "하반기 달러 강세, 외국인 증권 매도 등으로 달러·원 환율 추가 상승이 예상되며, 상단은 1580원"이라고 전망했다.

iM증권은 엔화 약세도 원화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엔 환율이 162엔을 넘어서며 약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선 가운데, 엔화와 원화의 동조화가 강화되면서 원화도 함께 약세 압력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슈퍼 엔저가 이어질 경우 달러·원 환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과 SK하이닉스 ADR 상장에 따른 달러 공급 확대가 그나마 달러 수급 악화를 단기적으로 개선할 변수"라고 말했다.

달러화 자체의 경로가 더 중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상황에서 하반기 미국 통화정책 경로 등이 환율 방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케빈 워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취임 후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고 통화정책 불확실성도 진정되면서 달러인덱스는 점진적으로 레벨을 낮출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약달러 변곡점이 뚜렷하게 형성되기 전까지는 대내적인 수급 부담이 지속돼 1500원대 고환율 흐름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6일부터 "24시간 거래"…개장 충격 줄인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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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 제도 변화도 환율 흐름의 변수로 떠올랐다. 외환당국은 2024년 7월 원·달러 거래시간을 기존 오전 9시~오후 3시30분에서 다음날 오전 2시까지로 늘린 데 이어 오는 6일부터는 주말과 1월1일을 제외하고 24시간 거래 체제로 확대한다. 국내 공휴일과 새벽 시간에도 외국인 투자자, 수출입 기업, 증권사 등이 은행을 통해 실시간 환율로 거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증권가는 거래시간 확대가 개장 직후의 급격한 가격 변동을 완화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2024년 7월 거래시간 연장 이후 시장이 닫혀 있는 동안 쌓인 충격을 보여주는 갭 변동성은 41.6% 줄었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거래시간 연장의 가장 큰 긍정적 효과는 글로벌 거시경제 충격을 소화하는 배수구가 넓어졌다는 점"이라며 "야간 정규장이 해외 뉴스를 실시간으로 흡수해 아침 개장 시의 가격 단층 현상을 일부 방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연지 한경닷컴 기자 kong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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