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기금운용위 … 주식투자 비중·환헤지 전략 점검
전략 노출에 원화 숏베팅 반복
기금위, 전략 유연성 높여 대응
원화값 변동폭 6.03원→4.18원
국민연금 '뉴프레임워크' 부상
자산별 환헤지 차별화 의견도
수익률과 균형 유지는 과제로
국민연금은 26일 이례적으로 1월에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국내 주식 투자 비중과 전략적 환헤지 등 운용 전략을 점검한다. 1월에 회의가 열리는 것은 2021년 이후 5년 만이다. 위원 21명으로 구성된 기금운용위는 국민연금의 자산 배분 전략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기금운용위는 통상적으로 해가 바뀌면 2~3월에 1차 회의를 여는데, 올해는 원화값 하락과 국내 증시 급등 영향으로 회의를 앞당겼다는 전언이다. 자산 배분 목표치를 이미 훌쩍 넘어선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소폭 늘려 기계적 매도를 막을 것으로 보인다. 달러당 원화값을 방어하기 위해 연금이 환헤지 비중을 확대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논의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가 원화값 안정을 위해 전략적 환헤지를 할 때 '전략적 모호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추가 대책이 나올지 주목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정한 전략적 환헤지 규칙은 원래 대외비인데, 지금은 패가 다 까져 있는 상황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말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같이 말한 뒤 "환율 수준이 크게 변하면 공식도 신축적으로 적용돼야 하는데, 책임을 회피하는 구조 속에서 유연성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달러당 원화값이 12·3 비상계엄 당시 수준까지 떨어지는 동안 국민연금이 '구원투수'로 나서 환율을 방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했다. 그러나 원화값이 달러당 1480원 안팎을 오가는 동안 연금은 잘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환헤지란 환율 변동으로 인한 자산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한 수단이다. 국민연금이 달러로 표시된 해외 자산에 대해 환헤지를 하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는 거래가 늘어난다. 달러 공급은 증가하기 때문에 원화 강세를 유도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민연금 해외 자산은 무려 827조원어치나 된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해외 자산을 늘리면서 기본적으로 환헤지를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기조적인 달러 강세 속에 원화 환산 수익률을 높이려는 포석도 있었다. 다만 '전략적 환헤지'라는 제도를 통해 환율이 급변하면 일부 개입할 여지를 만들었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환헤지 방식이 시장에 고스란히 노출됐다는 데 있다.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는 환율이 장기 평균 분포를 기준으로 양극단 구간에 진입해 5거래일 이상 유지될 경우 발동되는데, 해외 자산의 최대 10%까지만 환헤지를 허용하는 구조다. 이 공식이 2년 전부터 알려지면서 다른 외환시장 참여자들이 원화값 상·하단을 미리 계산하는 움직임이 확산됐다. 이로 인해 '숏베팅'(원화 약세 베팅)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복지부와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 18일 환헤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전략을 수정했다. 환헤지 자체는 유지하되 언제 얼마나 매매할지는 시장이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 것이다.
2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3일까지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 달러당 원화값의 일평균 변동폭은 4.18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평균 6.03원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낮아졌다. 이스란 복지부 1차관은 "국민연금 환헤지 전략의 유연성을 강화하고 전략적 모호성을 도입했다"며 "과거처럼 모든 것을 정해두는 방식이 아니라 환율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환당국은 이후 해외 숏베팅 압력이 일정 부분 완화됐다고 보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을 감안할 때 전략적 환헤지 비중을 10%에서 더 늘리거나 이를 상시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2022년 한시적으로 허용된 전략적 환헤지를 매년 연장하고 있다. 앞으로 연간 200억달러에 달하는 대미 투자가 예고돼 있고, 국민연금도 매년 20조~40조원씩 해외 투자를 하고 있는 만큼 전략적 환헤지 비중을 높이면서 상시적으로 환헤지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작년 10월 기준 국민연금 해외 투자액은 827조원으로 전체 자산의 57.96%에 달한다. 현재 전략적 환헤지 한도는 해외 자산의 약 10%인 82조원 규모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지난해 반도체 수출 호조로 240조원을 벌었지만, 미국 주식 투자와 스테이블코인 등으로 300조원이 해외로 빠져나갔다"며 "국민연금이 80조원 넘게 전략적 환헤지를 한다면 환율 안정 효과는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국민연금이 최대 500억달러 규모의 전략적 환헤지를 실시할 여력이 있다고 봤다. 실제로 정부 는 이른바 '국민연금 뉴프레임워크'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 전체 자산의 6.9%를 차지하고 있는 해외 채권(약 98조원)에 대해선 상시적으로 환헤지를 하고, 37.2% 수준인 해외 주식(약 531조원)에 대해선 전략적 모호성을 기반으로 전략적 환헤지를 하자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환헤지를 확대할 경우 한미 금리 차이만큼 비용이 들기 때문에 수익률이 줄어들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환헤지 비중 확대와 수익률 제고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 등을 보면 한국은 환헤지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고, 외화 자산 노출은 큰 편"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환헤지 비중을 늘릴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나현준 기자 / 김금이 기자 / 김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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