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박물관 '황룡봉불'
금동사리함 등 322점 유물
9개 이야기로 재밌게 풀어
신라 진흥왕 때 창건이 시작돼 선덕여왕 시대인 646년 완성된 황룡사 9층 목탑은 높이가 80m에 달하는 신라의 상징물이자 당대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목조 건축물이이었다. 주변 나라의 침략을 막겠다는 염원이 담긴 호국의 상징이었으나, 1238년 몽골군의 방화로 잿더미로 변하고 말았다.
거대한 탑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땅속 깊은 곳에 묻혀 있던 신라인의 영혼은 살아남았다. 황룡사 목탑의 심초석(주춧돌) 아래 사리장엄구는 전쟁의 불길 속에서도 온전히 살아남아 수백 년의 세월을 버텨냈다. 1964년 도굴됐다가 2년 뒤 회수되는 과정에서 심하게 파손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으나, 최근 정밀한 조사와 보존처리 연구를 통해 원래 구조와 봉안 당시 모습이 밝혀져 관람객을 맞이한다.
국립경주박물관은 황룡사지 발굴조사 50주년을 맞아 특별전 '황룡사, 부처의 사리를 모시다-황룡봉불'을 연다. 전시는 황룡사 목탑 심초석에 사리를 모신 공간인 사리공과 주변에서 출토된 사리장엄구를 중심으로 신라인들의 사리 신앙과 호국 불교의 의미를 조명한다.
황룡사는 신라 왕실이 불교를 통해 국가 질서와 왕권의 정당성을 드러내고자 세운 중심 사찰이다. 특히 황룡사 9층 목탑은 국가의 안녕과 왕실의 번영을 기원한 당대 최대 규모의 목조건축물이었다. 목탑 아래에는 부처의 사리뿐만 아니라 유리구슬, 방울, 손칼, 팔찌, 청동그릇, 금속 장식품 등 수천 점의 물건이 함께 묻혔다. 신라인들은 탑을 세우는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공양 의식을 열고 가장 귀한 물건을 바치며 국가와 왕실의 안녕을 기원했다.
전시에서는 황룡사 창건기와 중수기의 사리장엄구를 비롯해 총 117건, 322점의 유물을 선보인다. 황룡사 목탑 사리공에서 출토된 금동 사리함과 경문왕이 탑을 중수하면서 새롭게 넣은 '황룡사 찰주본기'가 새겨진 금동 사리함(보물), '중화 3년'이 각인된 금동 사리기 등이 공개된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최근 연구 성과를 '9층탑의 9가지 이야기'로 풀어낸 점이다. 박물관은 사리공 전체가 금동판으로 장엄돼 하나의 거대한 사리함처럼 조성된 점을 확인했다. 또 파손된 금동 사리함의 원래 구조와 봉안 당시 모습을 복원하는 성과도 거뒀다.
사리공 내부는 금동판 네 장이 세워져 사방 벽면을 장엄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덟 명의 신장상이 사리를 둘러싸고 있는 형태다. 대부분 파손된 채 발견돼 구조를 알 수 없었으나, 금동판의 형태를 복원한 결과 각 판이 붙었던 위치를 다시 찾을 수 있었다.
박물관 관계자는 "황룡사 사리장엄구는 신라 사리 신앙의 출발점이자 변화 과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자료"라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0월 11일까지.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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