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액셀러레이터’ 김나이
JP모건 출신…4000명 진로설계
“직장인 95% 회사서 시간만 때워
퇴사 고민 전에 살아남는게 먼저
인재이탈 이유는 연봉보다 비전”
“회사 생활이 안 맞는데, 사업이나 한 번 해 볼까, 생각하시죠?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회사 생활이 안 맞는다는 게, 사업이 맞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업, 정말 어렵습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사표를 던지고 내 사업을 시작하는 상상을 한다. 하지만 국내 유일의 ‘커리어 액셀러레이터’ 김나이 대표(46)는 무작정 회사를 나서는 독립 이전에, 회사 안에서 내 힘으로 살아남는 자립이 먼저라고 경고한다. 충고나 조언이 아닌 ‘경고’라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김 대표는 글로벌 투자은행 제이피모건(J.P. Morgan)에서 파생상품 마케팅을 담당했던 잘나가던 금융인이었다. 하지만 12년 전 규제 변화와 조직 개편으로 졸지에 직장이라는 든든한 울타리를 잃어버렸다. 명함과 직함이 지워진 야생에 섰을 때, 그는 홀로 막막함과 두려움에 맞서야 했다. 좋은 학교와 번듯한 직장이라는 시스템에서만 성장해 온 이른바 ‘모범생 직장인’들이 소속을 잃는 순간 느끼는 공포를 경험한 것이다.
이후 10여 년이 지났다. 김 대표는 1대 1로 4000명이 넘는 직장인의 고민을 듣고, 기업 강연을 통해 수만 명을 만나며 그들의 진로를 설계했다. 이 과정에서 커리어 액셀러레이터라는 새로운 직업을 스스로 만들어 냈다. 김 대표는 “기존의 멘토나 코치라는 단어로는 개인이 속한 산업을 분석하고 기업의 성장성까지 짚어주는 내 역할을 온전히 담아낼 수 없었다”라고 창직 이유를 설명했다.
수많은 직장인을 분석하며 그가 내린 결론은 대다수가 주도권 없이 수동적인 ‘회사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조직 안에서 진짜 자신의 일에 대해 고민하고 몰입하는 사람은 5%에 불과하다. 나머지 95%는 그저 시간만 때우며 퇴근을 기다린다”라고 지적했다. 낮 시간을 주도권 없이 회사에 끌려다니며 보낸다면 이는 금쪽같은 내 시간과 인생이 특정 회사에 고스란히 ‘물린’ 상태, 즉 투자 실패 상황이나 다름없다는 섬찟한 진단도 했다.
자립을 위한 첫걸음은 현재 다니는 회사를 제대로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 김 대표는 “우리 회사의 핵심 고객이 누구인지, 수익은 어느 채널에서 발생하고 비용은 어디로 나가는지 전체적인 구조를 뜯어보라”라고 했다. 회사가 돈을 버는 방식을 이해하면 내 업무의 본질이 보이고, 내가 회사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명확해진다.
기어코 독립을 결심했다면 실패를 감수하는 연습도 필요하다. 김 대표는 월급이 나오는 안전한 온실에 있을 때 아이디어를 작고 가볍게 검증해 보는 ‘프리토타이핑(Pretotyping)’을 적극 권장한다. 그는 “요리를 좋아한다고 덜컥 식당부터 차릴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든 샌드위치를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맛을 평가받으며 적정가격을 문의해보라”며 “이후에는 실제 이 샌드위치를 5000원에라도 팔아보면서 타인의 지갑이 열리는지 냉정하게 시장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자본과 인생을 걸기 전에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철저하게 시장성을 검증하라는 뜻이다.
핵심 인재 유출로 고민하는 경영진을 향한 조언도 남겼다. 능력 있는 직원들이 희망퇴직에 가장 먼저 손을 들거나 조직을 떠나는 이유는 단순히 몇 푼의 연봉 차이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조직에서 자신의 미래를 도무지 그릴 수 없기 때문”이라며 “경영진이 회사의 생존 방식과 미래 비전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직원의 성장이 회사의 이익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소통해야만 인재를 지킬 수 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최근 김 대표는 “회사를 나올 용기를 어떻게 냈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고 한다. 이에 대해 그는 용기 이전에 스스로에게 던진 치열한 질문들이 먼저였다고 고백했다. 김 대표는 “다른 회사로 이직한다고 상황이 달라질 것 같지 않았고, 자본시장의 불안정성 속에서 오직 돈 말고는 버틸 이유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라며 “이런 꼬리 질문 끝에 결국 ‘회사 인간’ 챕터를 끝내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출퇴근길 직장인들에게 당부했다. “오늘 당장 자신에게 ‘이 회사, 언제까지 다닐 건가’라고 물어보세요. 당장 회사를 나오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유효기간을 정해두면 보이는 게 완전히 달라집니다. 습관처럼 출근하고 있다면, 이것이 회사의 문제인지 내 문제인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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