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윤완준]국무회의 생중계

11 hours ago 5

이재명 정부는 출범 한 달여 만인 지난해 7월부터 매주 국무회의를 생중계하고 있다. 정책 결정 과정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것이 청와대가 밝힌 취지였다. 그런데 이달 초 한성숙 국무총리와 장관 10여 명이 참석한 만찬에서 ‘생중계의 범위를 대통령 모두발언 등으로 줄여 달라’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생중계 도중에는 대통령과 의견이 달라도 토론하기 어렵고, 그 결과 설익은 정책이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역대 정부의 국무회의는 대통령의 모두발언 정도만 공개되고 나머지는 사후 브리핑으로 대체됐다. 대통령의 지시가 어떤 논의를 거쳐 나왔는지 자세히 설명되는 일은 드물었다. 지금은 통상 2시간 안팎으로 진행되는 국무회의 처음부터 끝까지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된다. 대통령의 질문에 장관들이 답하거나 쩔쩔매는 모습에 대한 지지층 등의 평가와 반응이 실시간 댓글로 달린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도 생중계로 공개하면서 ‘늘 폐쇄회로(CC)TV를 켜놓고 국민의 감시를 받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종종 장관들의 답변에 대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세세한 부분까지 질문을 던진다. 장관들 중에는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실력의 바닥이 드러날 수도 있다며 예상 질문까지 만들어 준비하는 장관도 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장관들에게 즉흥적인 주문을 하거나 장관들의 보고를 들은 뒤 그 자리에서 정책을 원점으로 돌린 적도 있다. 이 대통령의 이런 스타일은 장관들이 이견을 제시할 틈을 좁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소관 부처의 정책 책임자는 장관이다. 회의의 공개 여부와 상관없이 정책에 대한 소신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장관의 기본 책무이기도 하다. ▷설익은 정책으로 인한 혼선의 원인을 국무회의 생중계 탓만으로 돌리는 것이 적절한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2월 국무회의 발언으로 시작된 농지 전수조사는 이를 위한 농지법 개정안이 통과될 때까지 3개월, 위법 농지에 대한 처분 명령 의무화까지는 6개월이 걸렸다. 국무회의가 아니더라도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의 방향을 숙의한 뒤 정책을 조정할 시간이 충분했지만, 농촌의 반발이 확산된 뒤에야 대책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나 소셜미디어에서 정책의 결론부터 먼저 던지는 소통 방식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부처가 이를 따라가는 데만 급급하면 졸속과 땜질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정책에 대한 불신...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