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독일 강소기업 위기를 남의 나라 얘기로만 치부할 수 없다. 한국 중소기업 67만 개 이상이 승계난을 겪는 데다 전기료 부담 때문에 폐업하는 국내 기업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60세 이상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중소기업은 236만 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28.6%(67만5000개)가 후계자 부재로 경영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분석됐다. 제조업만 떼어봐도 후계자가 없는 중소기업은 5만6000개에 이른다.
후계자를 구하지 못한 기업은 매각을 선택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승계 문제로 매각에 나서는 중소기업이 2022년 21만 개에서 2034년 31만 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중소기업(약 830만 개)의 4%가량이 승계난 때문에 매물로 나오는 셈이다.
업계에선 고령화 충격이 독일보다 한국에서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독일도 승계난과 인공지능(AI) 확산 속에 위기를 겪고 있지만 한국에 비하면 ‘기초체력’이 낫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독일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매출 50억유로(약 8조5000억원) 이하면서 세계 시장 점유율 3위 이내인 독일의 ‘히든 챔피언’ 기업은 1573개였다. 세계 히든 챔피언기업의 절반 수준이다. 반면 같은 시기 한국의 히든 챔피언은 22개에 그쳤다. 경제 규모가 한국의 6분의 1에 불과한 핀란드(28개)보다도 적다.
인구구조도 한국이 더 불리하다. 2024년 독일 합계출산율은 1.35명으로 한국(0.75명)의 두 배에 가깝다. 나이가 60대 이상인 한국 중소 제조기업 경영자 비율은 2010년 13%에서 2023년 36.8%로 세 배 가까이 높아졌다.
정부는 기업 승계난을 극복하기 위해 승계 지원 대상을 친족에서 인수합병(M&A)을 통한 제3자 승계로 확대했다. 올해 상반기 특별법 입법을 마무리하고, 기업승계 M&A 플랫폼도 단계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다만 업계에선 “세제를 비롯해 승계 관련 제도의 큰 틀이 바뀌기 전까지 변화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최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기업 매각을 ‘실패’로 여기는 인식에서 탈피해 M&A를 통한 스케일업(외형 확장)이 이뤄져야 한다”며 “더 많은 중소기업이 개방형 혁신에 나설 수 있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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