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20주년 솔오페라단
라벨·마스카니의 작품 올려
희극 '스페인의 시계'선
은밀한 사랑소동 유쾌하게
비극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질투·배신감의 파국 그려내
인간의 사랑과 욕망을 희극과 비극이라는 두 얼굴로 비추는 오페라 공연이 관객과 만난다. 18세기 스페인과 19세기 시칠리아를 각각 배경으로 한 두 작품이 한 무대에 올라 강렬한 대비를 선보인다. 같은 성악가들이 두 작품에 모두 출연해 전혀 다른 결의 인물을 연기하는 등 색다른 감상의 재미도 선사한다.
솔오페라단은 오는 7월 3~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단막 희극 오페라 '스페인의 시계'와 이탈리아 작곡가 피에트로 마스카니의 베리스모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한 무대에서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솔오페라단의 창단 20주년을 기념해 열린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가 국내에서 루지에로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와 함께 공연돼온 관행에서 벗어나 라벨의 코믹 오페라와 결합한 새로운 구성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두 작품은 사랑이라는 공통 주제를 공유하면서도 한쪽은 유희와 해학으로, 다른 한쪽은 질투와 파국으로 나아간다. 사랑이 지닌 가벼움과 무거움, 웃음과 비극의 양면성이 한 무대 위에서 선명하게 대비된다.
1911년 초연된 '스페인의 시계'는 스페인 톨레도의 시계 수리점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시계공 토르케마다가 외출한 사이 그의 아내 콘셉시옹은 연인들을 집으로 불러들이려 한다. 시인 곤잘베와 부유한 은행가 고메즈가 차례로 등장하지만, 남편의 귀환을 피하기 위해 두 남자는 번갈아 괘종시계 안에 몸을 숨기는 우스꽝스러운 처지에 놓인다. 여기에 힘 좋은 노새몰이꾼 라미로가 등장해 시계를 옮기며 소동은 더욱 커진다. 화려한 말로 자신을 과시하는 남성들과 달리 묵묵하고 성실한 라미로의 태도에 콘셉시옹의 마음이 움직이며 극은 유쾌하게 마무리된다.
라벨 특유의 정교한 오케스트레이션과 시계의 똑딱거림을 연상시키는 리듬, 스페인풍 색채가 돋보인다. 작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코믹한 상황극을 현대적 무대 기술과 결합해 관객이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1890년 초연된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시칠리아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주인공 투리뚜는 옛 연인 롤라를 잊지 못한다. 그러나 롤라는 이미 알피오와 결혼한 상태다. 투리뚜가 롤라와 다시 관계를 맺자 투리뚜의 현재 연인 산투짜는 배신감과 질투에 사로잡혀 결국 알피오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분노한 알피오는 투리뚜에게 결투를 신청하고, 투리뚜는 어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긴 뒤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
이번 공연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한 성악가가 두 작품에서 전혀 다른 성격의 인물을 소화한다는 점이다. 브라질 출신 메조소프라노 아나 빅토리아 피츠는 '스페인의 시계'에서는 남편 몰래 연인들을 불러들이는 매력적인 여주인공 콘셉시옹을 맡고,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서는 비극의 중심에 선 투리뚜의 어머니 맘마 루치아로 출연해 전혀 다른 분위기를 선보인다.
키프로스 출신 바리톤 스타브로스 만티스 역시 두 작품을 오가며 상반된 캐릭터를 선보인다. 유럽 주요 극장에서 베르디와 베리스모 오페라를 중심으로 활약해온 그는 '스페인의 시계'에서는 순박하고 우직한 노새몰이꾼 라미로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서는 아내의 배신에 분노해 결투를 벌이는 알피오를 연기한다.
국내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해온 메조소프라노 황현희도 두 작품에 모두 출연한다. 황현희는 '스페인의 시계'에서 콘셉시옹 역으로 무대에 오르며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서는 투리뚜와의 관계로 비극을 촉발하는 롤라를 맡는다.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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