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11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전면적으로 강화하고 심화시키자”고 합의했다. 두 정상이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분야에는 국내 기업이 강점을 지닌 원전·방위산업 등이 포함돼 신규 수주 기대가 커지고 있다.
◇원전·고속철 ‘수주 기대’
두 정상은 이날 채택한 공동 성명에서 “한국 기업의 베트남 신규 투자, 투자 확대를 적극 장려하기로 했다”며 “특히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디지털산업, 인프라 개발, 재생에너지, 스마트시티, 글로벌 가치사슬을 기반으로 하는 전문 산업단지 조성 등의 분야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원전·재생에너지·전력망·고속철도 등 베트남이 추진하는 전략 인프라 프로젝트가 구체적으로 거론됐다. 한국 기업들이 이 같은 분야 사업에 참여하길 희망하고 있고, 베트남 측은 이를 인지하고 있다는 점도 공동 성명에 명시됐다.
기대가 가장 큰 사업은 베트남이 추진하는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다. 베트남 의회는 지난 2월 ‘닌투언 원전(NPP)’ 건설 재개안을 의결했다. 사업비 30조원을 들여 원전 4기를 신규 건설하는 사업이다. 2009년 러시아 로사톰과 일본 원자력발전주식회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2016년 중단됐다. 베트남 정부는 제3의 사업자 선정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베트남 중부 지역에 들어설 원전 2기 신설 사업도 한국 기업에 기회가 될 전망이다. 이미 한국전력 등 ‘팀 코리아’가 타당성 조사도 마쳤다. 양국은 이번에 ‘원전 분야 인력 양성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향후 베트남 원전 수주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하노이에서 호치민까지 총 1541㎞ 구간을 잇는 ‘북남 고속철도 프로젝트’도 관심사다. 100조원 규모 대규모 국책 사업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방한한 응우옌푸쫑 당시 서기장과 협력하기로 한 120억달러 규모 사업보다 훨씬 커졌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프랑스 등이 경쟁하고 있다. 또럼 서기장은 신규 원전과 고속철도 건설 사업에 대해 “한국 기업의 뛰어난 경쟁력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한국의 참여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업계에선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 원전과 고속철도 건설 사업에서 많게는 수십조원 규모의 신규 수주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베트남 북부 산업 도시인 박닌성 신도시 건설 사업에 대해 “K신도시의 첫 수출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양국 기관과 기업 간 협력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미래 협력 분야는 방산
‘K방산’ 진출 무대를 넓힌 것도 이번 한·베트남 정상회담의 성과로 꼽힌다. 두 정상은 2008년 중단된 양국 간 방산·군수공동위원회를 재개하기로 했다. 방산 기업 간 협력은 물론 무기체계 성능 개량 등이 논의되는 자리다. 방산 협력을 위해 장관급 회담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베트남 정부는 K-9 자주포 등 K방산 도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밖에 양국은 석유·가스 탐사 및 개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력망 확충 및 스마트그리드 개발 등 에너지 분야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희토류, 보크사이트, 흑연, 주석 등 매장량이 높은 베트남과 핵심 광물의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하자고도 했다. 또 각국 장관급 기구인 과학기술공동위원회를 통해 AI, 반도체, 바이오 분야를 공동 연구하고 인력 양성과 교류를 추진하기로 했다.
김형규/배성수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