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넘는 트레일러닝 125회 완주…도전이 삶의 목표”[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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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살을 빼기 위해 달리기 시작한 박길수 유니에버 대표(60)에게 마라톤은 어느 순간 새로운 도전의 장이 됐다. 지금까지 마라톤 42.195km 풀코스 124회에 100km 넘는 울트라마라톤 및 트레일러닝 125회를 달렸다. 트레일러닝 100마일(코스 따라 160~170km)만 10여 차례 완주했다. 한반도 횡단 311km(인천시 강화 창후리선착장~강원도 강릉 경포대) 4회, 종단 537km(부산 태종대~파주 임진각), 622km(전남 해남 땅끝마을~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도 각 2회씩을 했다. 그의 도전 정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기록이다.

박길수 유니에버 대표가 지난해 중국 고비사막 400km 무지원 논스톱 트레일러닝에 출전해 산을 걷고 있다. 박길수 대표 제공.

박길수 유니에버 대표가 지난해 중국 고비사막 400km 무지원 논스톱 트레일러닝에 출전해 산을 걷고 있다. 박길수 대표 제공.
박 대표는 “지구상에 정말 달릴 곳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새로운 도전을 위해 전 세계의 산을 달리고 있다”고 했다. 박 대표는 8월 말 세계 최고의 트레일러닝대회인 UTMB(울트라트레일몽블랑) PTL 300km에 도전한다. 프랑스어로 ‘작은 산책(La Petite Trotte à Léon)’으로 불리는 PTL은 이름과는 달리 세계에서 가장 극한의 팀 산악 레이스다. 2~3명으로 구성된 팀으로 출전해야 하고 두 명이 한 팀일 경우 한 명이라도 포기하면 더 이상 레이스를 할 수 없다. 제한 시간은 151시간. 상승고도만 2.5km가 넘는다. 이번이 그의 PTL 다섯 번째 도전이다.

“2016년부터 PTL에 네 차례 도전했는데 한 번도 완주 못 했습니다. 파트너가 중도 포기하기도 했고, 세 번째 도전인 2019년에는 피니시라인 7km 전방에서 레이스를 멈췄어요. 제한 시간 2시간 남았는데 그 시간 안에 절대 못 들어간다며 대회 운영진이 막았죠. 저는 제한 시간과 상관없이 완주하고 싶었는데….”

박길수 대표가 2019년 에베레스트 135마일(217km) 익스트림 트레일러닝에 출전해 제한시간(150시간)보다 빠른 144시간에 완주했다. 박길수 대표 제공

박길수 대표가 2019년 에베레스트 135마일(217km) 익스트림 트레일러닝에 출전해 제한시간(150시간)보다 빠른 144시간에 완주했다. 박길수 대표 제공
2000년 초반 울트라마라톤에 빠진 박 대표는 2004년 우연히 몽골 ‘선라이즈 선셋’ 100km 대회를 달린 것을 계기로 트레일러닝의 세계에 빠져 들었다. 그때 UTMB를 알게 됐다.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을 둘러싼 100마일(약 170km), 상승 고도만 9618m인 코스로 완주율 50%에 불과한 지옥의 레이스다. 당시 UTMB가 인정한 대회에서 일정 포인트를 따야 출전이 가능하다. 2012년 홍콩 트레일러닝 100km, 베이징 TNF 100km를 한국인 최초로 완주해 포인트를 쌓았다. 그런데 2013년 UTMB 커트라인 포인트가 올라 어쩔 수 없이 CCC(101km)에 출전했다. 결국 2014년과 2015년 UTMB와 TDS(119km)를 2년 연속 완주한 첫 한국인이 됐다.

그의 도전은 끝이 없다. 2018년 중국 고비사막 400km 무지원 논스톱 대회에 참가해 129시간 46분 09초(제한 시간 148시간)에 완주했다. 그 이듬해에는 에베레스트 135마일(217km) 익스트림 트레일러닝 대회에 출전했다. 해발 3000~5000m 고지를 달리며 가장 높은 고지가 해발 5400m다. 제한 시간 150시간인데 박 대표는 144시간에 완주해 세계에서 여섯 번째, 한국 최초의 완주자가 됐다.

박길수 대표가 2014년 세계 최고의 트레일러닝대회인 UTMB( 울트라트레일몽블랑) 100마일에 참가해 태극기를  들고 결승선을 향해 달리고 있다. 박길수 대표 제공

박길수 대표가 2014년 세계 최고의 트레일러닝대회인 UTMB( 울트라트레일몽블랑) 100마일에 참가해 태극기를 들고 결승선을 향해 달리고 있다. 박길수 대표 제공
“에베레스트에서 낭떠러지 바로 옆에서 졸은 적이 있어요. 고산병으로 블랙아웃(순간적으로 현기증을 느끼거나 심하면 의식을 잃는 현상)이 와 제자리에서 2시간 뱅글뱅글 돈 적도 있죠. 당시 현장 의사가 고산증으로 인한 환각일 수 있다고 했죠. 아찔했습니다.”박 대표는 지난해 5월 경미한 뇌경색 증세로 열흘간 입원 치료를 받은 뒤에도 달렸다. 자다가 갑자기 뇌경색이 발생했다. 어지럼증과 구토 증상으로 119를 불러 병원을 찾았고, 처음에는 이상 없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다음 날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은 결과 뇌경색으로 판명돼 입원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마비 후유증 없이 빠르게 회복했고, 담당 의사와 친구들 모두 “이렇게 빨리 회복하는 케이스는 처음”이라고 놀라워했다.퇴원 한 달 만인 7월에 그는 말레이시아 100km 대회에 출전해 주위 사람들을 더 놀라게 했다. 후배인 가천대 길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최창휴 교수(57)가 동행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고, 둘은 무사히 완주했다. 그해 10월에는 고비사막 400km에 또다시 초청 출전해 완주했고, 그달에만 중국을 세 차례 방문하며 100km·50km 대회 등 총 수백km를 소화했다. 그는 “뇌경색 이후 오히려 새 인생을 사는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올해도 5월 2~3일 태국 대회를 포함해 벌써 100km를 2회 뛰었다.

박길수 대표가 중국 고비사막 400km 무지원 논스톱 트레일러닝에 출전해 개울을 건너고 있다. 박길수 대표 제공

박길수 대표가 중국 고비사막 400km 무지원 논스톱 트레일러닝에 출전해 개울을 건너고 있다. 박길수 대표 제공
이렇게 달리면서도 아직 큰 부상 한 번 당하지 않았다. ‘펀 런(Fun Run)’과 보강 운동이 비결이다. 박 대표는 기록에 집착하지 않고 즐겁게 달린다. 완주 경험이 목표다. 그의 마라톤 풀코스 최고 기록이 3시간 8분대로 수준급이지만 풀코스를 넘어가는 울트라마라톤에서는 기록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즐겁게 달리면서 제한 시간 내에만 완주하면 된다.

달리기 시작할 때부터 근력 운동을 병행했다. 일주일에 2~3번 헬스클럽을 찾아 런지, 데드리프트, 레그익스텐션 등 하체 중심의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한다. 그는 “달리기만 하면 반드시 부상이 온다. 관절, 특히 무릎을 지켜주는 건 주위 근육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국내에서 다양한 울트라마라톤 및 트레일러닝 대회를 개최했다. 2008년부터 3년간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KUMF) 회장을 지냈다. 2015년 대한트레일러닝협회(KTRA)를 만들어 초대 회장을 맡았다. 사업하느라 잠시 회장을 떠났다가 2020년부터 다시 KTRA 수장을 맡아 많은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2021년부터 성남 트레일레이스(SNTR)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과거 2015년과 2016년 제주도에서 울트라트레일마운트한라(UTMH)를 개최했다.

2025 중국 고비사막 400km 무지원 논스톱 트레일러닝에서 달리고 있는 박길수 대표. 박길수 대표 제공

2025 중국 고비사막 400km 무지원 논스톱 트레일러닝에서 달리고 있는 박길수 대표. 박길수 대표 제공
올 6월 6일과 7일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한라산 비경을 배경으로 세계적인 건각들이 실력을 겨루는 2026한라산100트레일런을 개최한다. KTRA와 중국의 록키스포츠가 공동 주최하는 글로벌 파트너 대회다. 한국과 중국 양국의 스포츠 교류를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트레일러닝 축제다. 중국에서 참가하는 1000여 명의 트레일러너와 가족들이 한국 러너들과 어울려 한라산을 달린다. 중국통 박 대표가 만든 대회다. 이 외에도 국내 다수의 울트라마라톤 및 트레일러닝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그는 중국과 교류하며 다양한 대회에 국내 러너들을 출전시키고 있기도 하다.

박 대표는 사업하면서 굴곡이 적지 않았지만, 산을 달리는 도전 정신으로 잘 버텨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공장 투자로 수 십 억 원을 날렸고, 2016~2017년에도 사업이 완전히 무너졌다. 하지만 그때마다 다시 일어섰다. 그 원동력을 달리기에서 찾는다. 그는 “울트라마라톤과 트레일러닝 장거리 코스를 달리면서 웬만한 것에는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생겼다. 그동안 내 스스로 ‘못 가겠다’며 중도 포기한 대회는 단 한 번도 없다”며 웃었다.

박길수 대표가 2025 중국 고비사막 400km 무지원 논스톱 트레일러닝에서 달리고 있다. 박길수 대표 제공

박길수 대표가 2025 중국 고비사막 400km 무지원 논스톱 트레일러닝에서 달리고 있다. 박길수 대표 제공
한때 88kg까지 올랐던 체중은 달린 뒤부터 74kg로 유지하고 있다. 주 4회 이상 10km씩 달린다. 주중에는 경기도 성남 탄천이나 일동공원 같은 도로 코스를 뛰고, 주말에는 산으로 나가 장거리를 소화한다. 그리고 한 달에 한두 번 대회에 출전하는 것 자체가 훈련을 겸한다.

“도전은 끝이 없다가 제 인생 모토입니다. 늘 더 힘든 곳을 찾는 이유입니다. 이런 삶이 행복합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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