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 숨 쉬어야 한다.”
약 100년 전 황량한 땅에 나무 한 그루를 심던 한 남자가 다짐했다. 예술이란 아름다움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 속에 스며들어야 한다고 믿었다. 이탈리아 글로벌 브랜드 제냐의 창립자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철학이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단, 정교한 장인 정신 그리고 100년이 넘는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제냐는 고급 남성복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확립해왔다.
에르메네질도 제냐: 산업과 문화의 공존을 실현하다
1910년 제냐는 트리베로에 모직 공장 ‘일 라니피초’를 열었다. 그의 목표는 세계 최고의 원단을 생산하는 것이었다. 꿈을 좇아 대도시로 향한 다른 이들과 달리 그는 고향에서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기로 했다. 태어나고 자란 땅에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그는 원대한 비전을 키워나갔다. 산업과 지역 사회의 번영 그리고 자연이 공존하는 조화를 꿈꾸며 제냐는 1920년대부터 에토레 피스톨레토 올리베로와 오토 마라이니 같은 지역 예술가에게 작품을 의뢰했다. 이는 “산업은 아름다움과 공존할 수 있으며, 공장 또한 문화적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그의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웅장한 계단과 분수, 초상화들이 이 지역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공장과 그 주변은 예술적 활기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제냐가 맺은 인연은 세대를 넘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밀라노 제냐 본사에 자리한 작품 ‘울렌-복원된 사과’에서 잘 드러난다. 작가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는 현대 이탈리아 미술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제냐가 최초로 작품을 의뢰한 예술가 에토레 피스톨레토 올리베로의 아들이다. 그들의 관계는 오늘의 작은 변화가 어떻게 내일의 유산이 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공장 주변에 나무를 심은 행위 역시 같은 철학에서 비롯됐다. 100년 전 나무 한 그루로 시작한 것이 50만 그루의 숲으로 확장돼 100㎢ 규모 자연 보호 구역 ‘오아시 제냐’로 발전했다. 이는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의 30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오아시 제냐는 숲을 건강하게 복원하고 생물 다양성을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오아시 제냐의 중심에는 섬유 공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 사실은 공장을 중심으로 주변 환경을 풍요롭게 한다는 창립자의 철학을 잘 반영한다. 그는 지금은 기업 경영의 핵심 가치가 된 ‘지속 가능성’을 한 세기 전부터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었다.
벽 없는 미술관과 예술을 향한 글로벌 비전
오아시 제냐는 단순히 나무가 자라는 숲이 아니다. 트리베로 마을 곳곳과 열린 공간에는 오아시 제냐에서 영감을 받은 설치 작품들이 펼쳐져 있으며, 우거진 나무 사이를 거닐다 보면 예술과 풍경이 하나가 된다. 그야말로 야외 미술관이다. 제냐 모직 공장 지붕을 파란색으로 물들이는 다니엘 뷔랑의 깃발 126개, 대화와 명상의 공간을 제공하는 댄 그레이엄의 유리와 거울 구조물, 공장의 수증기를 바늘 없는 시계로 변환한 로만 시그너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예술은 일상에 스며들어 창립자가 꿈꾼 것처럼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제냐는 예술적 비전을 세계 무대로 확장했다. 글로벌 미술계를 대표하는 아트페어 아트바젤과 맺은 다년간의 파트너십은 창립자의 유산을 빛내는 또 하나의 행보다. 공식 파트너로서 제냐는 바젤(스위스), 마이애미 비치(미국), 파리(프랑스), 도하(카타르), 홍콩 등 5개 도시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에 참가한다. 아트바젤과 파트너십을 맺은 이후 제냐는 단순한 전시 참가를 넘어 예술, 디자인, ‘책임감 있는 기업가정신’ 사이의 깊은 대화를 이끄는 큐레이션된 경험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해 12월 아트바젤 마이애미 비치 기간 운영된 ‘빌라 제냐 마이애미’다. 이곳은 오아시 제냐 내 창립자 자택에서 영감을 받아 자연과 문화, 인간의 비전이 교차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구성한 초대 전용 프라이빗 클럽이다. 자연과 시간, 마음 돌봄을 시각화하는 작가 샘 폴스의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제냐는 방문객들이 예술에 관한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누고 브랜드 철학을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아트바젤 마이애미 비치, 파리, 바젤에서는 특별 토트백이 배포됐다. 페어마다 고유한 색상으로 제작된 이 한정판 토트백은 지속적인 협업을 기념하는 제냐의 상징적인 아이템이 됐다. 일러스트레이터 세실리아 칼스테트가 오아시 제냐북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작품은 각 도시의 고유한 색채와 에너지를 담아냈다. 지난 3월 27일 막을 내린 아트바젤 홍콩에서도 칼스테트와 협업한 모티프가 공개됐다. 홍콩의 밤을 밝히는 네온사인에서 영감을 받은 붉은 불꽃 디자인은 도시의 역동적인 이미지와 아트바젤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제냐는 오는 5월 개막하는 제61회 베네치아비엔날레 국제 미술전 이탈리아 파빌리온의 메인 스폰서로 참가해 예술적 교류를 이어갈 예정이다. 파빌리온에서는 체칠리아 칸치아니의 큐레이션으로 키아라 카모니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제냐는 제냐아트와 폰다초네 제냐 프로젝트를 통해 칸차니, 카모니와 10년 넘는 예술적 인연을 이어왔다. 오아시 제냐의 식물과 광물, 자연 풍경은 카모니의 창작 세계에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 돼 왔다.
홍콩=강은영 기자 qboom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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