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전례 없는 환경 위기의 한가운데 서 있다. 지구 온난화는 돌이킬 수 없는 임계점을 넘어섰고, 세계기상기구(WMO)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2024년)는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되었으며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5°C나 높아졌다고 한다. 이는 기후 변화의 마지노선인 1.5°C(COP21)를 넘어선 충격적인 수치이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특히, 매일 쏟아져 나오는 생활 쓰레기는 지구를 질식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위기감은 여실히 고조되고 있다. 온라인 쇼핑과 배달 서비스의 폭발적인 증가로 포장재 쓰레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당장 2026년부터는 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수도권 지자체들은 매일 2,400톤에 달하는 생활 쓰레기를 인천 수도권매립지에 더 이상 직접 매립할 수 없게 된다. 새로운 매립지 확보는 거의 불가능하고, 소각장 건설 또한 주민 반대(NIMBY)에 부딪혀 답보 상태이다. 버릴 곳도, 태울 곳도 없는 쓰레기가 넘쳐나는 현실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엄중한 경고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소비는 개인의 선택을 넘어 인류의 생존이 걸린 긴급한 당면 과제로 부상한다. 지금 당장 우리 모두의 창의적인 동참이 절실하다.
위기 속 유일한 해답, 지속 가능한 소비
지구의 위기 앞에서 우리는 더 이상 방관자가 될 수 없다. 정부 정책이나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ESG)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며, 이제 우리 개개인이 능동적인 환경 지킴이이자 감시자가 되어야 한다. 다음 사례들은 우리도 일부 적용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의 친환경 사례들을 공유하고 확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우리가 실천해야 할 핵심적인 지속 가능한 소비 방법들이다.
1. 포장재 쓰레기를 줄이는 창의적 도전
과도한 포장은 쓰레기 문제의 핵심이다. 줄이고, 다시 쓰고, 바꾸는 창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포장재 없는 상점 활용이다. 독일의 ‘포장되지 않은 가게(Unverpackt -Läden)’처럼 개인 용기를 가져와 필요한 만큼만 구매함으로써 일회용 포장재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두 번째는, 재사용 용기 순환 시스템 참여이다. 영국의 ‘루프(Loop)’처럼 재사용 용기를 통해 상품을 구매하고 빈 용기를 반납하여 세척 후 재충전하는 순환 경제 모델이다.
세 번째는, 스마트 기술 활용인데, : 아마존의 AI 기반 포장재 최적화 사례처럼, 우리도 과대 포장, 2겹, 3겹 포장된 제품에 대해 기업에 개선을 요구하고 포장이 적거나 재활용이 쉬운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이 제품은 왜 이렇게 포장이 과하지?”, “이 용기는 재활용이 될까?”와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기업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2. 가치 소비를 통한 현명한 제품 선택
단순한 소비를 넘어, 환경적,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가치 소비는 합리적인 소비로 이어진다.
첫째, 친환경 인증 제품 선택이다. 유럽 연합의 ‘에코라벨‘처럼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한 제품에 부여되는 인증 마크(우리나라의 환경표지, 저탄소 제품 인증 등)를 확인하고 구매해야 한다.
두 번째는, 내구재 소비 전환 및 수리 문화 정착으로 핀란드의 무료 ‘수리 카페(Repair Cafe)’처럼 고장 난 물건을 버리지 않고 수리하여 다시 사용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유럽 연합의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 법제화처럼 우리도 오래 쓰고 고쳐 쓰는 문화를 통해 불필요한 폐기를 줄여야 한다.
세 번째는, 공유 경제 활성화인데, 미국의 의류 공유 플랫폼 ‘렌트 더 런웨이(Rent the Runway)’처럼 구매 대신 빌려 쓰는 공유 경제를 통해 소비량을 줄이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소비자 각자가 제품의 수명주기를 고려하고, 친환경적인 생산 방식을 지향하는 기업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기업이 포장재와 용기를 친환경적으로 만들도록 요구하고 감시하는 적극적인 소비 주체가 되어야 한다.
3. 쓰레기 발생 자체를 막는 쓰레기 제로화
분리수거와 재활용도 중요하지만, 쓰레기 발생 자체를 줄이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사후 처리보다 사전 예방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첫번째는, 쓰레기 없는 삶 고민이다. 물건을 사기 전에 “이것을 구매하면 어떤 쓰레기가 생길까?”, “쓰레기 발생 없이 이 필요를 충족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플라스틱 빨대 대신 다회용 빨대를,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 같이 작은 실천들이 큰 변화를 만든다.
두번째는, 음식물 쓰레기 사전 관리로 필요한 만큼만 식재료를 구매하고, 유통기한을 꼼꼼히 확인하며, 남은 음식을 활용하는 요리법을 찾아보는 등 음식물 쓰레기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번째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강화인데, 생산자가 재활용 체계의 중심적 역할을 하도록 유도하는 EPR 제도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소비자들이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을 지지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의 제품 구매를 자제하는 방법으로 적극적인 압력을 가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비윤리적, 반환경적인 기업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그 기업에 투자를 삼가고, 나아가 투자한 것은 철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는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이것이 어떻게 재활용될까?’, ‘어떻게 하면 쓰레기 발생량을 줄일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기업이 재활용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포장재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 또한 우리의 의무이다.
지속 가능한 미래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지구는 우리의 무분별한 소비로 인해 한계에 다다랐고, 그 결과는 이미 우리 삶 곳곳에 치명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앞서 살펴본 다양한 사례들은 창의적 발상과 실천을 통해 지속 가능한 소비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도한 포장재를 줄이고, 현명하게 제품을 선택하며, 쓰레기 발생 자체를 최소화하는 이 모든 행동은 단지 환경 보호를 넘어, 우리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제는 정부나 기업의 노력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소비자 각자가 책임감 있는 환경 지킴이이자 강력한 감시자가 되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미래는 결코 저절로 오지 않는다. 바로 우리의 작은 실천이 모든 변화의 시작이다. 지구는 더 이상 우리의 선택을 기다리지 않는다.
[김주한 칼럼니스트, 한국생애설계사(CLP), 행정학박사, 전)ICLEI 한국사무소 사무국장(한국지방자치단체국제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