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은퇴’, ‘질병’, ‘고립’ 같은 단어를 떠올린다. 질병과 노화는 물론이고, 소득 단절로 인한 경제적 궁핍, 사회적 관계의 단절, 정체성의 상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오래 살아남는 것이 축복이 아닌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보험, 연금, 저축, 투자 등으로 경제적 대비를 하려 한다. 건강을 위해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챙기고, 때로는 자격증을 취득하며 새로운 기회를 찾는다. 사회적 고립을 피하기 위해 폭넓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하며, SNS에 ‘좋아요’를 열심히 클릭한다.
‘노후’와 ‘인생 2막’이라는 단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노후(老後)’란 글자 그대로 시간적·물리적인 개념인데 반해, ‘인생 2막’은 생애가치 기준의 개념이다. 연극은 1막이 종료된 후 암전이 흐르고 새로운 포맷으로 2막을 올린다. 축구경기는 전반전이 종료되면 15분간의 하프타임이 주어지고 휴식, 재충전, 작전 변경, 선수 교체 등 본질적 변화를 꾀하고 후반전을 맞이한다.
우리의 삶도 비슷하다. 인생 1막에서는 세상이 부여한 과제와 목표를 성실하게 수행하며 맡은 책임을 다 해야 했다. 무엇이든 잘 하는 것이 중요했고 결과가 우선이었다. 그러나 인생 2막은 다르다. 책임과 의무에서 자유로워지며 스스로 자신의 존재 목적과 이유를 규명하고 과제와 목표를 만들어야 한다. 잘 하지 못해도 좋아하면 되고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인생에도 2막으로 넘어가기 전, 암전과 하프타임이 꼭 필요하다. 그동안 신경쓰지 못했던 몸을 챙기고 여행 등 하고 싶었던 취미생활도 즐긴다. 동시에 인생 2막에 걸맞는 전략 수정이 필요한데, 그것은 ‘좋은 습관’ 들이기부터다. 건강, 학습, 관계, 기부 등 4가지 습관을 추천한다.
1. 건강 습관 ― 하루의 루틴이 장수를 만든다.
건강은 행운이 아니라 습관의 결실이다. 104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지금도 매일 30분 수영, 1시간 산책, 계단 오르기를 실천한다. 밤 11시~아침 6시 숙면, 규칙적 식사, “100을 할 수 있어도 90에서 멈춘다”는 절제까지—그의 장수는 반복되는 루틴이 만든 작품이다. 노후의 건강은 병원을 덜 찾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 갈 일이 없는 생활 리듬을 구축하는 데서 출발한다.
2. 학습 습관 ― 공부는 ‘Low Risk High Return’ 투자
평생학습 시대, 공부는 가장 저렴하면서도 수익률이 높은 투자다. 학습은 무료함을 쫓고, 자신감을 채우며, 새로운 관계를 창출한다. 도서관·평생학습관·사회복지관·문화센터 등 기회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 관건은 “무엇을 배울까?”보다 “무엇이든 배우겠다”는 태도다. 배우는 사람은 늙지 않고 계속 성장한다.
평생학습은 전생애성·전영역성·자기주도성·다양성·지속가능성 등의 특징을 지닌다. 제도화된 학교교육과는 달리 교육생이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주도적으로 학습한다. 듣기→쓰기→말하기→적용하기의 학습과정을 거쳐 시험 답안지 위에서만 존재하는 죽은 정답이 아닌 삶의 현장에서 실제 적용되는 살아있는 해답을 얻는다. 비로소 “공부가 제일 재미있었어요.”라는 고백을 듣게 된다.
3. 관계 습관 ― 느슨한 네트워크가 외로움을 막는다
나이가 들수록 관계의 폭은 좁아지지만, ‘느슨한 관계’는 오히려 노후에 더 유익하다. 접촉 빈도는 낮되 정보와 기회를 주고, 유지와 갈등 비용이 적으며,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학습 모임·동아리·커뮤니티·가치 공유 모임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거리(物理)를 유지하며 함께(心理) 달리는 철길처럼, ‘가까운 남’ 전략이 고립을 막는 열쇠다.
4. 기부 습관 ― 나눔은 인생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건강을 지키고 배우며 관계를 맺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나눔은 삶의 깊이를 더한다. 기부는 돈만이 아니다. 시간·재능·경험·관심 등 어떤 자원도 세상을 밝히는 빛이 된다. 1만원 정기후원, 평생 직업 경험을 들려주는 강의, 동네 환경 캠페인 동참, 사회변화 시민 모임 등 모든 활동이 기부다.
‘GIVE & TAKE’의 저자 애덤 그랜트는 자신의 책에서 사람들을 ‘GIVER’, ‘TAKER’, ‘MATCHER’로 구분하고 이 중 성공 사다리의 맨 위는 ’GIVER’가 차지할 것이라고 말하며, 결국 “주는 사람이 성공한다”라고 주장한다. 기부와 나눔은 자녀에게 재산보다 값진 삶의 철학을 물려주는 유산이기도 하다.
진로심리학자 존 크롬볼츠는 ‘계획된 우연(Planned Happenstance)’을 강조한다. 예측하지 못한 우연한 사건이 인생의 진로와 방향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이론으로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호기심·끈기·융통성·낙관주의·위험 감수 등의 다섯 가지 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네 가지 좋은 습관과 다섯 가지 태도, 행복한 인생 2막을 만들어가는데 필요충분조건이다.
습관 들이기는 바로 오늘부터 시작이다.
[윤형진 칼럼니스트, 한국생애설계사(CLP), 울산동구 노동자지원센터 상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