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헌신 '생애 첫 우승'으로 보답…손흥민, 토트넘 레전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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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UEFA 유로파리그 우승
2015년 입단해 준우승만 3번
프로 데뷔 15년 만에 첫 트로피
“항상 꿈꿔왔던 순간...행복해”
팀은 우승상금 포함 390억 잭팟

토트넘 캡틴 손흥민이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 산마메스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토트넘 캡틴 손흥민이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 산마메스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 맷 르티시에(57)는 대표적인 ‘무관의 아이콘’이다. 1986년부터 2002년까지 16시즌 동안 사우샘프턴에서만 뛰면서 당대 최고의 미드필더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우승은 한 번동 차지하지 못했다. 수많은 러브콜을 뿌리치고 사우샘프턴과의 의리를 끝까지 지킨 르티시에는 사우샘프턴 팬들이 가장 존경하는 선수로 남아있다.

많은 축구 전문가들은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33)도 르티시에와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한 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에 오르는 등 월드클래스 공격수로 성장했지만, 팀은 늘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그사이 함께했던 동료들은 ‘우승’이라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팀을 떠났고, 팀의 주장 완장을 단 손흥민만 올해로 10년째 토트넘과의 의리를 지키고 있다.

그랬던 손흥민이 꿈에 그리던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토트넘은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 산 마메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1-0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손흥민은 감격에 복받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오늘만큼은 저도 토트넘의 레전드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항상 꿈꿔왔던 순간이 오늘 이뤄졌습니다. 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동안 ‘월드클래스’ ‘레전드’라는 평가에 극구 손사래를 쳤던 손흥민은 이날 처음으로 자신에게 후한 평가를 내렸다. 그러면서 “한국인으로서 정말 자랑스럽고,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어서 기쁘다”고 덧붙였다.

2010년 유럽 무대에 데뷔한 그는 독일 함부르크(3시즌)와 레버쿠젠(2시즌), 토트넘(10시즌)을 거치는 동안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토트넘 소속으로 2019년 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 2021년 잉글랜드 리그컵 결승전에 올랐으나 각각 리버풀(0-2패)과 맨체스터 시티(0-1패)에 패한 뒤 눈물을 쏟았다. 2017년 EPL 2위까지 포함해 준우승만 세 차례 기록했다.

이번 우승으로 15년 만에 ‘무관의 한(恨)’을 푼 손흥민은 팀 주장으로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한 첫 한국 선수가 됐다. 아울러 1980년과 1988년 차범근(프랑크푸르트), 2008년 김동진과 이호(이상 제니트)에 이어 한국 선수 중 네 번째로 UEL 정상을 밟았다. UEL는 UCL 다음으로 권위 있는 유럽클럽대항전이다.

토트넘도 이번 우승으로 지긋지긋한 무관 꼬리표를 뗐다. 토트넘은 2008년 리그컵 우승 이후 17년 만에 공식 대회 정상에 섰다. 유럽클럽대항전으로 범위를 넓히면 1984년 UEL의 전신인 UEFA컵 우승 이후 무려 41년 만의 쾌거다. 1972년 초대 챔피언에 올랐던 토트넘은 UEL 통산 우승 3회로 인터밀란, 리버풀, 유벤투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과 함께 최다 우승 2위에 이름을 올렸다. 1위는 7회 우승에 빛나는 세비야다.

현재 EPL에서 21패를 당하며 17위에 머물러있는 토트넘은 비극으로 끝날 뻔한 올 시즌을 UEL 우승이라는 최상의 결과로 마무리하게 됐다. 토트넘은 이번 우승으로 상금(1100만파운드)과 티켓 및 중계권료 수익 등 총 2100만파운드(약 390억원)를 받는다. 더불어 다음 시즌 UCL 출전권 획득으로 추가 수익도 기대된다. 영국 BBC는 토트넘이 티켓 및 중계권료, 후원사 보너스 등을 더해 약 1억파운드(약 1855억원)의 부가 수익을 챙길 것으로 전망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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