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중형이 선고된 '1000억 원대 불법 대출' 사건이 항소심에 돌입한 가운데, 첫 공판에서 피고인 측이 보석 청구를 예고하면서 구속 유지 필요성이 다퉈졌다.
서울고등법원 제4-1형사부는 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메리츠증권 전 임원 박모씨에 대해 항소심 1차 공판을 열고 본격 심리에 착수했다. 박씨는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와 부하직원 이모씨·김모씨 등은 재직 중 가족회사 등을 동원해 총 1186억 원 규모의 대출을 받아 부동산 투자에 활용한 혐의를 받는다.
박씨는 직무와 관련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보를 이용해 가족이 세운 법인 A사를 통해 900억원 상당의 부동산 11건을 취득·임대하면서 자금 마련을 위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출 알선 대가로는 A사를 통해 월급이나 퇴직금 등을 주는 식으로 김씨와 이씨에게 각각 4억6000만원, 3억8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건넨 것으로 파악됐다.
부하 직원을 통한 대출 알선 구조와 PF(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내부정보 활용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1심 재판부는 금융회사 임직원의 청렴성과 시장 질서를 훼손한 중대한 범죄라고 판단해 징역형과 벌금을 선고했다. 범행 부인 태도와 반성 부족 역시 양형에 반영됐다.
항소심에서는 사실인정과 양형 적정성 외에도 '보석 청구'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피고인 측은 "범행 자체는 인정하지만 동업 관계에서 발생한 수익을 나눈 측면이 있다"며 "증거인멸 우려가 없고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정형 하한이 적용된 상황에서 과도한 형"이라며 감형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재판부는 보석 청구 시점과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이미 1년 이상 심리가 진행된 만큼 추가로 제출될 증거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형사소송법상 보석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만, 중형 선고 이후 항소심 단계에서는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더 엄격하게 심사된다. 특히 이미 유죄 판단이 내려진 사건에서는 구속 필요성이 유지된다고 보는 경향이 강해, 단순한 방어권 보장 주장만으로는 보석 인용이 쉽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범행 규모가 1000억 원대를 넘고 금융회사 내부정보 이용이라는 범죄 성격이 중대한 만큼, 보석 허가 여부 역시 항소심 판단의 주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한편 이 사건은 범행 시점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이어진 것으로 파악되며, 최초 범행 이후 약 10년이 지난 시점에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어 장기화된 금융범죄 수사의 대표 사례로도 평가된다.
재판부는 오는 4월 29일 오전 속행 기일을 열고 심리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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