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명 살해한 악마 vs 수상한 천재 프로파일러 … 인간 본성 들여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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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명 살해한 악마 vs 수상한 천재 프로파일러 … 인간 본성 들여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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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댄포스가 옳았다'
코미디 대가 장진 감독의 심리극

연극 '댄포스가 옳았다'에서 용의자 존 조우를 연기하는 배우 고상호(왼쪽)와 프로파일러 조너스 보튼을 연기하는 배우 박건형.  파커블앤코

연극 '댄포스가 옳았다'에서 용의자 존 조우를 연기하는 배우 고상호(왼쪽)와 프로파일러 조너스 보튼을 연기하는 배우 박건형. 파커블앤코

한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내린다. 책상 앞에 앉은 다른 남자는 여유로운 미소를 띤 그 모습을 굳은 얼굴로 신기하다는 듯 올려다본다. 언뜻 평화로운 풍경이지만,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벌어질 듯한 긴장이 두 사람 사이에 팽팽하게 서린다.

지난 12일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개막한 연극 '댄포스가 옳았다'는 좁은 심문실에서 오직 대사와 침묵만으로 100분을 끌고 간다. 영화와 연극을 오가며 특유의 입담을 선보여온 장진이 극작과 연출을 맡은 신작으로, 텅 빈 무대를 서늘한 공기로 채웠던 2016년작 '얼음' 이후 다시 꺼내든 본격 심리극이다. 다만 장진의 영화와 연극에서 보던 코미디를 기대하고 간다면 실망할지 모른다. 100분 동안 웃음은 철저히 절제돼 있고, 이따금 튀어나오는 농담마저 곧이어 닥칠 긴장을 위한 함정이 된다.

무대는 뉴욕 브루클린의 한 구치소. 7년에 걸쳐 12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M'의 유력 용의자 존 조우와, 그를 분석하러 온 천재 프로파일러 조너스 보튼이 30분씩 일곱 차례 마주한다. 관객은 일방투시경 건너에서 둘의 심문을 지켜보는 또 한 명의 형사가 돼 이야기를 좇는다.

면담이 거듭될수록 보튼은 자신의 약점을 일부러 흘리거나 커피를 건네며 조우의 경계를 허문다. 조우 역시 조금씩 마음을 여는 듯 살인의 기억을 풀어놓기 시작한다. 그러나 12번째이자 마지막 살인이 앞선 11번과 결이 다르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보튼은 심문 그 자체보다 더 수상쩍은 자신만의 욕망을 품고 조우에게 다가서는 듯 보인다. 이야기는 그렇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꺾인다.

작품이 노리는 것은 범인의 정체가 아니다. 그보다 악의 기원에 관한 더 깊은 질문을 던진다. 제목에 박힌 '댄포스'는 무대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언젠가 살인마가 되리라 예감하고 그 과정을 일기로 남긴 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시애틀 출신 외과의사로, 보튼이 그의 일기를 낭독하면서 극 안으로 불려 나온다. '댄포스의 선택은 과연 옳았는가'라는 물음은 조우를 둘러싼 진실 공방과 포개지며, 끝내 '악이란 드러나는 것인가 만들어지는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번진다.

장진은 이 작품의 씨앗이 어린 시절 친구와 나눈 농담이었다고 회고했다. 흉악범 현상금이 높아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신을 신고해 부자가 되라던 유치한 대화가 오래 남았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18일 "8~9년 전 희곡으로 쓰다가 너무 영화 같다고 느껴 시나리오로 다시 썼고, 언젠가 영화로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본래 5명이 등장하던 이야기를 두 사람만의 극으로 압축한 셈이다. 장진은 "무대 위 두 사람은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며 관객이 어느 한쪽 편에 서기보다 두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다 하나의 감정으로 모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은 오는 8월 30일까지.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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