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 상속세 완납한 삼성가, 노블레스오블리주의 새로운 이정표 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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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5.03 16:22 수정2026.05.03 16:22

12조 상속세 완납한 삼성가, 노블레스오블리주의 새로운 이정표 세워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남긴 유산에 대한 정리가 별세 5년 만에 마무리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이 12조원 규모의 상속세를 모두 납부하면서다. 유족들은 상속세 완납과 별도로 수조 원 규모의 의료 및 문화 기부를 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기업 성장의 결실을 공공 자산으로 환원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5년 만에 상속세 납부 마무리

3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과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유족들은 이 선대회장이 별세한 이듬해인 2021년부터 연부연납 방식으로 상속세를 분할납부 해왔다. 지난달 마지막 회차를 끝으로 5년(6회)에 걸쳐 상속세 납부가 완료됐다.

12조원은 대한민국 건국 이후 단일 상속세 기준 최대 규모다. 세계적으로 봐도 이 정도 규모의 상속세 납부 사례는 흔치 않은 일이다. 2024년 정부가 상속세 명목으로 거둬들인 세수(약 8조2000억원)보다 약 50% 많은 금액이다.

홍 명예관장이 납부한 상속세가 3조1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 회장은 2조9000억원으로 두 번째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은 각각 2조6000억원, 2조4000억원을 납부했다. 유족들은 2021년 상속세를 신고할 당시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라고 밝혔고, 이후 법과 원칙에 따라 납부를 이어갔다. 이 회장은 배당금과 대출 등을 활용해 상속세를 납부했고, 홍 명예관장 등 다른 유족은 보유한 지분 일부를 매각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축적한 부를 상속세 형식으로 사회에 환원한 셈”이라며 “12조원의 상속세가 국가 재정으로 유입돼 보건과 복지, 사회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아암·희소질환 환아도 지원

유족들은 상속세와 별개로 이 선대회장의 ‘인간 존중’ 철학을 계승하기 위해 총 1조원 규모의 의료 지원 사업을 단행했다.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사명”이라고 강조한 생전 고인의 뜻에 따른 결정이다.

구체적으로는 국내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병원 건립에 5000억원, 연구 인프라 확충에 2000억원을 투입했다. 소아암 및 희소질환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를 위해 서울대병원에 3000억원을 기탁해 약 2만8000명의 어린이가 혜택을 받았다.

아울러 유족은 국보급 문화재를 포함한 2만3000여 점의 미술품을 사회에 환원했다. 미술계에서 추산하는 이들 작품의 가치는 10조원에 육박한다. 국보 40점과 보물 127점 등 고미술부터 현대 미술을 망라하는 이 컬렉션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위상을 세계적 수준으로 격상시켰다는 평가다.

12조 상속세 완납한 삼성가, 노블레스오블리주의 새로운 이정표 세워

이러한 행보는 이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동행’ 철학과도 일맥상통하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2019년 삼성전자 창립 50주년 기념사에서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며 이 선대회장의 ‘사업보국’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적이 있다.

산업계에선 삼성가의 상속세 완납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지배구조 안정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상속세 납부는 삼성 지배구조의 리스크로 지적돼 왔다. 이 회장은 지난해 사법리스크를 털어낸 데 이어 이번 상속세 완납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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