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약품 수출액이 올해 100억달러(약 14조원)를 돌파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을 중심으로 한 제약·바이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꾸준한 수출 증대로 이어진 결과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내 의약품 수출액은 36억1500만달러를 나타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7% 늘어났다. 이 같은 증가세라면 올해 수출은 의약품이 단일 품목으로 분류된 이후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특히 바이오의약품(바이오시밀러)의 유럽 수출이 크게 늘어 전체 의약품 수출 증가를 견인했다.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바이오의약품 수출액은 지난달 잠정 6억1208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4.5% 급증했다. 대(對)독일 수출이 1억7537만달러로 89.7% 크게 뛰었고, 대이탈리아 수출도 2917만달러로 77.0% 늘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팜, GC녹십자, 유한양행, 대웅제약, 동화약품 등이 수출 증가를 주도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지난해 총 15건 8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들어서도 4개월 만에 5건 7조원대 기술수출 실적을 올렸다. 이들 기업을 미국 빅테크를 일컫는 ‘매그니피센트 7’에 빗대 ‘K-M(medicine·메디신)7’으로 부르는 조어도 증권가에 등장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집계에 따르면 한국 의약품 수출액은 2024년 92억6700만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올해 100억달러를 달성하면 2016년 정부 지정 ‘5대 유망 소비재’(농수산식품, 화장품, 패션·의류, 생활·유아용품, 의약품) 가운데 농수산식품(2021년)과 화장품(2024년)에 이어 세 번째 기록을 쓴다. 의약품업계 관계자는 “국내 의약품 제조사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수출 지역 다변화로 이어지며 전체 수출 물량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나타난 실적 호조로 더욱 주목된다”고 말했다.
제2 삼양식품 찾아라…K온수기·변압기·보톡스 수출 '훨훨'
1일 통계 확인 후 주가 치솟아…소비재 수출 성장에 주목
‘삼양식품을 이을 대박 종목은?’
K푸드와 K뷰티, K바이오 등 소비재 업종의 수출 통계에 주목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불닭볶음면’을 생산하는 삼양식품 경남 밀양공장의 수출 물량 확대가 시차를 두고 삼양식품 주가에 반영되는 등 수출 통계가 주가의 선행 지표로 자리잡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소비재 업종의 경쟁력 강화가 두드러지면서 열흘마다 나오는 수출 실적 통계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하는 사례도 잦아졌다.
◇수출 실적 따라 주가도 웃어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투자자는 지난 2일 바이오와 화장품, 식품업종 주식을 집중 매수했다. 증시가 휴장한 지난 1일 발표된 4월 수출 통계에서 낙관적 실적 흐름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우선 ‘KRX 300 헬스케어’ 지수가 30여 KRX 주가지수 가운데 가장 높은 1.26%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개별주도 K바이오 수출을 주도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08만5000원으로 3.14% 뛰었고, 코스닥 대장주 알테오젠은 1.57% 올랐다. 펩트론(4.29%), 에이비엘바이오(3.99%), 대웅제약(3.55%) 역시 오름폭이 컸다.
K뷰티와 K푸드 주식도 강세를 보였다. ‘HANARO K-뷰티’ 상장지수펀드(ETF)가 1.00% 올랐고, ‘HANARO Fn K-푸드’ ETF는 1.07% 상승했다. K뷰티 글로벌 유통 플랫폼 기업 실리콘투가 3.36% 올랐고, 삼양식품이 1.86% 상승했다.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한국의 바이오의약품 잠정 수출금액은 지난달 6억1208만달러(약 8600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24.5% 급증했다. 화장품과 가공식품 수출도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7.4%와 20.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바이오헬스와 화장품, 농수산식품 등 유망 수출 품목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매달 1, 11, 21일 정부가 발표하는 수출 통계가 관련주에 미치는 영향력도 함께 커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온수기·변압기 수출도 관심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가스온수기와 변압기 관련주도 크게 올랐다. ‘관세 충격’ 우려와 달리 탄탄한 수출 실적을 이어간 덕분이다.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북미에서 올리는 경동나비엔이 지난 2일 5.24% 급등했다. 경동나비엔의 지난 1년 주가 상승률은 39.8%다. HD현대일렉트릭은 변압기 수출 급증 소식에 5.04% 뛰었다. 효성중공업과 LS일렉트릭도 각각 3.58%와 3.44% 상승했다. 한경에이셀에 따르면 가스온수기의 지난달 잠정 수출금액은 전년 동월 대비 29.0% 급증했다. 해당 수출의 90% 안팎은 경동나비엔 공장이 있는 경기 평택에서 이뤄진다. 중대형 변압기 수출은 4월에 91.6% 급증했다.
투자자는 최근 라이신(동물용 영양제) 수출에도 주목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지난 1월부터 중국산 저가 라이신에 반덤핑 관세를 매기기 시작하면서 국내 업체의 반사이익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라이신 수출은 162% 뛰었고, 라이신을 수출하는 대상의 주가는 지난 2일 2.30% 올랐다.
◇역대 최대 수출 지속 기대
정부는 미국의 관세 조치 등 불확실성에도 K소비재 수출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농수산식품 4월 잠정 수출금액은 전년 동월 대비 8.6% 늘어난 11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변압기를 포함하는 전기기기 수출도 4월에 역대 최대였다. 화장품은 20.8% 늘어난 10억달러로 역대 4월 가운데 최대를 경신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4월에 농수산식품, 화장품, 전기기기가 역대 4월 중 최대 수출 실적을 경신했다”며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 유지를 위해 가용한 모든 자원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호/김대훈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