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존자다' 조성현 PD가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법적 분쟁, 살해 위협 등을 털어놓았다. 그런데도 프로그램을 만든 이유에 대해 "해야하는 일이니까"라고 말했다.
13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용산CGV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생존자다'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자인 조성현 PD는 "오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며 "15일에 공개하기로 했는데, 혹시라도 못하면 어쩌나 싶더라.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면서 입을 열었다.
'나는 생존자다'는 2023년 3월 공개돼 사회를 뒤흔든 '나는 신이다'의 두번째 이야기로 사이비 종교에서 생존한 사람들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뒤흔든 사건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시즌1과 마찬가지로 조성현 MBC PD가 연출을 맡았다.
조성현 PD는 MBC에서 18년 동안 근무하면서 'PD수첩' 등을 만들었다. 조성현 PD는 '나는 신이다'에서 JMS '피해자'로 등장했던 메이플에 대해 '생존자'라고 다시 칭하면서 "사람들에게 생존자만이 겪고 깨달을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기획의도를 전했다.
'나는 생존자다'에서는 형제복지원, 지존파, 삼풍백화점 붕괴, JMS 등의 사례를 다룬다. 4개의 사건, 8개의 회차로 제작됐다. 특히 JMS의 교주 정명석에 이어 '2인자'로 불린 정조은을 집중 조명한다고 예고했다.
조성현 PD는 '나는 신이다' 공개 후 JMS 내에서 벌어진 성범죄를 충격적으로 알렸다는 평을 받았다. 이와 동시에 JMS 측이 제기하는 각종 소송에 시달려야 했다. JMS 뿐 아니라 아가동산 등 '나는 신이다'에 등장한 종교단체들도 조성현 PD와 MBC, 넷플릭스를 상대로 고소가 이어졌다. 조성현 PD는 "지난 1년만 따졌을 때에도 제가 피고인으로 이름을 올린 사건이 6개더라"고 털어 놓았다.
JMS는 '나는 생존자다' 공개를 막기 위해 MBC와 넷플릭스를 상대로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지난 5일 제출했다. JMS는 '나는 신이다'가 공개되기 전인 2023년 2월에도 작품 공개를 막기 위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지난 12일 법원 신문이 진행됐다.
조성현 PD는 "이 사건을 포함해 (상영금지 관련) 총 3건이 접수됐다"며 "왜 이렇게 공개를 못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누군가에겐 공개되는 게 불편해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저는 꼭 알려야 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법원을 신뢰한다"며 "국민을 위한 판단을 해주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기획 의도에 대해서는 "제목 먼저 생각했다"며 "메이플을 보면서 그 생각이 커졌는데, 쇄놰된 사람에게 빠져나와 승리한 대단한 사람인데 간혹 댓글 중에 마음 아팠던 게 '얼마나 바보 같았으면 당하고 있나' 이런 내용이었다. 저희를 위해 증언해준 분들은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지옥에서 생존했고, 그걸 막기 위해 증언하는 소중하고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들이기에 제목부터 정하고 기획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4개 사건에 주목한 이유에 대해 조성현 PD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참사를 살폈고, 그 중에 우리를 위해 증언할 사람이 생존해 계시는지 있는지를 봤다"며 "그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게 12년 전에 제가 취재한 형제복지원 사건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시 그분들을 만나뵙고 얘기를 들으니 '내가 알고 있던 것과 다른 사건이었다', '그 피해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구나'를 느꼈다"며 "오래된 사건이지만 보시고 나면 저와 똑같은 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2년의 제작 기간 동안 "분노했다"고도 털어놓았다. 조성현 PD는 "이 일을 하면서 분노라는 감정이 익숙했는데, 이번만큼 많이 울면서 분노에 휩싸여 인터뷰를 진행했던 적은 없었던 거 같다"며 "이렇게까지 처참한 사실을 몰랐구나 싶고, 왜 입을 열지 못했나에 대한 공감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조성현 PD는 각종 외압과 소송에도 "내가 왜 해야 할까 생각했는데, 해야하니까 하게 되더라"며 "지난 1년간 제가 이름이 올린 사건이 6개였다. 저희 아들이 '아빠, 감옥가?'라고 물었을 때 마음이 무너졌는데 그럼에도 저를 믿고, 저희 팀을 믿고 카메라 앞에 서 준 사람들 때문이었다"고 했다.
JMS 측이 주장한 선정적인 표현으로 피소된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 측이 "피고인 조성현이 제보받은 영상 중에는 더 선정적인 영상이 있었음에도 공개하지 않은 것을 봤을 때 고소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했다"고 한 내용을 공개하면서, "저는 이 사건이 알려질 수 있도록,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방송 저널리즘에는 '적절한 수위'를 지키고, '적절한 표현'으로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메이플이 우리 방송에 앞서 다른 곳에서 비슷한 얘기를 인터뷰했는데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한다. 그 이유를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면 그 내용을 점잖게 깎아내렸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보시기 힘드시겠지만,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했다"며 "저는 그게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생존자들과의 약속이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편집본까지 유출된 사실을 전하면서 "그때 당시에만 해도 JMS 신도였던 스파이가 한 사람이 아니었다"며 "하지만 그 사람들도 많은 사실에 노출되니 세뇌가 깨지고, 아이러니하게도 저희를 위해 증언해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에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서를 보면서 '유출된 게 거의 없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안도했다.
4개의 사건들이 이미 많은 시사 프로그램에서 다뤄진 부분이다. 그러면서 "내레이션 없이 구성을 진행하는게 어려웠는데, 많은 사람들의 얘기를 많이 다뤘고 힘들게 만든 만큼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했다"며 "그 선입견을 넘어서는 게 저희의 목표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시즌1에 등장했던 사이비 종교들도 이전에 수십년간 얘기가 나왔던 것들이었다"며 "넷플릭스를 통해 긴 시간 동안 충실히 만들 수 있는 여유가 생기면서 좀 더 다른 부분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성현 PD는 "'나는 신이다'를 보며 JMS를 탈출했다는 얘길 들었을 때 정말 기뻤다"며 "그런 일이 계속 생겼으면 한다"고 했다. 더불어 "'형제복지원' 사건은 이분들이 겪는 고통의 삶이 가슴 아파 계속 말하고 있는데, 그분들이 제대로 사과받았으면 한다"며 "그분들이 원하는 게 대단한 게 아니다. 그저 사과받고 싶어하는 건데, 누구하나 사과하는 사람이 없더라. 이 방송을 통해 제대로된 사과를 받았으면 한다"고 했다.
더불어 "지난 4년을 통해 제가 무엇을 얻었는지를 생각했는데, 가장 기쁜 소식은 결혼을 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 JMS에서 '스타'라는 이름의 분들인데, 그분들이 탈퇴를 하고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고, 메이플도 12월이면 딸의 엄마가 될 예정이다"며 "그렇게 그 안에 있는 분들이 일상의 행복을 되찾고 새로운 삶을 맞는 거까지 할 수 있다면 이 정도의 고통을 다시 겼을 수 있겠다, 해볼만 하겠다 싶더라"고 덧붙였다.
한편 '나는 생존자다'는 오는 15일 공개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