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물류센터 화재, 61시간만에 초진
직원들 ‘탄내’ 증언 이어져 人災 의심
“불난 6층, 물건 꽉 차고 먼지 쌓여있어”
큰불 잡았지만 잔불 진화 시간 걸릴 듯

● 인근 주민 “집이 새까만 분진으로 뒤덮여”
소방당국이 화재 발생 61시간 만인 20일 오후 8시 큰 불길을 잡았지만 주민들의 피해는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집 내부까지 분진이 들어차면서 당장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기 때문이다. 이날 서해구 신현초등학교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만난 박성용 씨(51)는 “화재 이후 세 자녀가 소화제나 두통약을 계속 먹어야 할 정도로 몸이 나빠져 출근도 못 한 채 돌보고 있다”며 “집은 이미 새까만 분진으로 뒤덮인 상태라 돌아간 뒤에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물류센터 일대에 내려졌던 주민 대피령은 이날 오후 11시 해제됐다.
소방당국이 큰 불길을 잡는 데에는 61시간이 걸렸지만, 완전히 불을 진화하기까지는 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6월 경기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 당시에도 큰 불길은 55시간 만에 잡혔지만, 잔불 정리에만 3일이 넘는 75시간이 소요되면서 불을 완전히 끄는 데에는 총 130여 시간이 걸렸다. 이 때문에 소방당국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발령했던 국가소방동원령과 대응 2단계를 그대로 유지한 채 잔불 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소방 당국이 대응 단계를 유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최초 발화 지점 아래층인 5층에 있는 수백 대의 리튬 배터리 탑재 로봇이다. 이들 로봇에 탑재된 리튬 배터리의 총량은 전기차 20대분에 해당한다. 리튬 배터리는 내부 온도가 임계점을 넘으면 화학 반응에 따라 스스로 뜨거워지는 ‘열폭주’를 일으키는데, 이 경우 산소를 차단하거나 물을 뿌려도 불길을 잡기 어렵다. 화재 장기화로 구조물이 약해진 상황에서 자칫 리튬 배터리에 불이 붙을 경우 건물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소방 당국은 센터 내 3곳에 붕괴 경보기를 설치하고 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 “1주일 전에도 탄내 나” 화재 전조 있었나
이 물류센터에는 강화된 화재안전 기준도 적용되지 않았다. 창고시설에 대한 화재 안전기준은 2020년 경기 용인시 SLC 물류센터 화재 사고를 계기로 2024년 강화됐지만 쿠팡32물류센터는 2020년 건축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새 기준에 따르면 스프링클러는 3m 높이마다 설치해야 하는데, 이전엔 4~6m로 성겼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전국 물류센터 5949곳 중 4325곳이 새 기준 시행 전인 2023년에 등록됐다. 정태헌 국립경국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세제 혜택 등을 통해 화재 피해가 커질 수 있는 물류센터 등에는 단계적으로 강화된 기준을 소급 적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화재를 계기로 행정안전부, 소방청 등과 ‘물류 시설 화재 안전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전국 물류 시설의 안전 관리 체계를 다시 점검할 계획이다.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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