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부터 노화랑서 개인전
회화 속 소녀 조각으로 구현
‘들장미 소녀 캔디’를 닮은 소녀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알록달록한 형광 색채와 화려한 장식 사이로 큰 눈망울이 시선을 붙든다. 그 옆에는 화면 밖으로 걸어 나온 듯한 입체 조각상이 서 있다.
서울 종로구 노화랑은 이사라 작가의 개인전 ‘A Girl From Wonderland’를 2일부터 연다. 작가는 ‘원더랜드’를 주제로 25년째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어린 시절 만화 영화 ‘들장미 소녀 캔디’와 ‘요술공주 밍키’를 보고 자란 작가는 소녀 캐릭터를 중심으로 밝고 환상적인 세계를 그려왔다. 작품 속 소녀는 관람객을 행복과 꿈의 세계로 이끄는 안내자다.
작가는 1일 열린 간담회에서 “원더랜드는 평생 그리고 싶은 세계”라며 “유치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할머니가 돼서도 원더랜드를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 작품은 아름답고 기분 좋은 에너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관람객들이 보면서 예쁘거나 귀엽다고 느끼며 행복한 감정을 느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의 회화는 단순해 보이지만 노동집약적인 과정을 거친다. 목판에 건축 재료 등을 섞어 바르고 사포질하는 과정을 반복해 밑 작업을 한 뒤 아크릴 물감을 얇게 겹겹이 쌓아 올린다. 이후 칼로 면을 세밀하게 긁어내는 스크래치 기법으로 소녀의 눈동자에 반짝임을 더한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큰 변화는 평면 회화 속 소녀가 입체 조각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소녀와 함께 등장하는 곰 인형을 조형물로 제작한 적은 있지만 작품의 주인공인 소녀를 조각으로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색빛 조각상에 소녀의 눈과 목걸이, 왕관이나 리본 등에 부분적으로만 색을 입혔다.
화려한 색채를 덜어낸 신작 회화도 공개한다. 단색 배경 위에 소녀의 눈만 알록달록하게 채색한 작품들이다. 작가는 “원더랜드에서 죽음을 이야기해보고 싶었다”며 “영정사진 같은 모습이지만, 몸은 사라져도 영혼은 빛난다는 점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밝고 환상적인 세계로 알려진 원더랜드가 삶과 죽음까지 품는 공간으로 확장된 셈이다.
작가는 한국 극사실주의 1세대 작가인 이석주의 딸이다. 할아버지는 현대연극의 선구자인 이해랑이다. 작가는 2012년께 인형을 소재로 한 극사실주의 작업도 했지만 결국 다시 팝아트로 돌아왔다. 작가는 “색을 자유롭게 쓰고 싶고, 호기심도 많은 편인데 극사실주의 회화는 있는 그대로 그려야 해 갈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삼성전자, 하리보 등 기업과 협업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넓혀왔다. 지난해에는 여자 프로배구 정관장 레드 스파크스와 협력해 선수들의 유니폼에 소녀 캐릭터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친근한 이미지 덕분에 기업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작가는 “단순함이 복잡하고 예민한 생각을 이긴다”며 “흔들리지 않고 나만의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7월 2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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