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대졸 실업자 48만명, 5년만에 최대…경력직 선호-AI 전환 영향

2 days ago 3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강남구 행복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가 채용 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2026.7.15 뉴스1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강남구 행복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가 채용 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2026.7.15 뉴스1
충남의 한 대학에서 정보통신공학을 전공한 이상규 씨(31)는 정보기술(IT) 분야 개발자가 되겠다는 목표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생성형 인공지능(AI) 이용이 늘면서 신입 개발자 채용 공고가 부쩍 줄었다. 이 씨는 “수십 개 기업에 지원했지만 취업하지 못해 1년째 구직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AI가 일자리를 잠식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올해 2분기(4∼6월) 대졸 이상 실업자 수가 5년 만에 최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신입 대신 경력직을 선호하고 신입들이 하던 단순 업무에 AI 를 활용한 여파로 풀이된다. 여기에 10년 뒤 한국의 AI 도입률은 주요국 중 가장 높을 것으로 추산돼 AI 대체에 따른 청년층 ‘고용 한파’가 더욱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과학·기술 취업자 13년 만 최소

19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분기 대졸 이상 실업자는 1년 전보다 3만9000명 증가한 48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2분기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고용 시장이 위축된 2021년(52만1000명)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대졸 이상의 실업률도 3.0%로 0.2%포인트 올랐다.

연령별로는 20대가 17만9000명, 30대가 13만 명이었다. 두 연령대를 합치면 청년층이 전체 실업자의 64.2%를 차지하는 셈이다. 20대 대졸의 실업률은 8.3%로 같은 분기 기준 2021년 이후 가장 높았다. 취업 경험이 없는 실업자도 5만6000명으로 7000명 늘었다. 이 가운데 20대는 4만8000명으로, 1만1000명 증가했다.

AI가 초급 사무업무나 전문직 업무를 대체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업무 경험이 없는 청년층이 고용 충격을 먼저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기업들이 정기 공채를 줄이고 곧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 수시 채용을 선호하면서 첫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들의 취업 문도 좁아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한국의 AI 도입률이 현재 6%에서 10년 뒤 8배 이상인 50%로 훌쩍 뛸 것으로 봤다. 10년 뒤 한국의 AI 도입률은 미국(48%), 영국(47%) 등 주요 7개국 가운데 1위가 될 것으로 관측됐다. AI 확산에 따른 향후 10년간 생산성 증가 폭도 한국이 4.36%포인트로, 미국(4.52%포인트), 영국(4.50%포인트)에 이어 세 번째로 클 것으로 추산했다. AI 도입 속도가 빨라질수록 노동시장 전환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예정처는 한국의 중장기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산업별 맞춤형 AI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인해 노동과 자본 투입만으로는 지속적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AI 도입이 확산하면 고용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 ‘고용 없는 성장’ 현실화

2분기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8만8000명 줄어 201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제조업 취업자도 9만7000명 줄어 8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채용 위축과 AI 전환이 동시에 빨라질 경우 사무·전문직의 신입 채용이 줄고 제조업 고용 부진도 이어질 수 있다.

재정경제부는 최근 발표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3.0%로 높였지만, 취업자 증가 폭은 16만 명에서 15만 명으로 낮춰 잡았다. 반도체 수출이 성장을 이끌고 있지만 고용 회복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반도체 산업은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도 안 되고 고용 창출 효과도 크지 않다”며 “AI 확산이 생산성을 높이지만 단기적으로 인력을 대체해 청년들의 취업 기회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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