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빌트인(붙박이) 가구 입찰 과정에서 2조3000억 원대 가격 담합을 벌인 가구업체들과 전·현직 임직원들이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다. 다만 최양하 전 한샘 회장은 담합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혐의가 입증되지 않으면서 무죄가 유지됐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건설산업기본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샘·에넥스·넥시스 등 7개 가구업체 임직원 중 최 전 회장을 제외한 10명에게 징역 10개월∼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최근 확정했다. 범죄 행위자와 법인을 같이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된 각 법인에는 1억∼2억원의 벌금형이 확정됐다.
이들 가구업체는 2014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24개 건설사가 발주한 전국 아파트 신축 현장 783건의 가구공사 입찰에 참여해 낙찰예정자와 입찰가 등을 사전 합의한 혐의를 받았다. 담합 입찰 규모는 약 2조3000억원에 달한다.
1·2심은 최 전 회장에 대해 "결재 문서에 담합 암시 문구가 있는 등 묵인 의심 정황은 있다"면서도 "부하 직원들이 피고인이 몰랐다고 진술했고, 비대면 일괄 결재 흔적이 보인다"며 범죄 증명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나머지 임직원들에 대해선 "입찰 공정성을 해치는 중대한 범죄"라면서도 "건설사들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입찰 제도 운영방식이 범죄 지속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심은 발주처 구분 없이 전체를 포괄일죄(수개의 행위가 하나의 죄를 구성)로 본 1심 판단을 일부 수정했으나 형량은 유지했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검찰은 "각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죄가 전부 포괄일죄"라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이같은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수개의 건설공사 입찰 담합 행위는 원칙적으로 개개의 입찰별로 범죄를 구성하지만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에 따라 일정 기간 계속 행하고 피해법익도 동일한 경우에 포괄일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발주처(건설업체)별로 포괄일죄를 인정한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는 취지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3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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