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 쏟아붓는 세월호 기억공간…차별성 없이 ‘중복’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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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억 쏟아붓는 세월호 기억공간…차별성 없이 ‘중복’ 우려

입력 : 2026.03.31 18:03

연면적 2만3000㎡ 대형사업
추진단, 안전·치유 내세웠지만
진도·완도 유사시설 이미 존재
체험시설 기능 중복 우려 제기

31일 목포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에서 해양수산부 세월호후속대책추진단이 ‘세월호 선체처리계획 이행사업’ 설명회를 열었다. [송민섭 기자]

31일 목포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에서 해양수산부 세월호후속대책추진단이 ‘세월호 선체처리계획 이행사업’ 설명회를 열었다. [송민섭 기자]

해양수산부 세월호후속대책추진단이 약 3000억원을 투입해 추진하는 세월호 기억공간 조성 사업이 구체화되면서, 설명회 현장에서는 공간 구성과 운영 방향을 둘러싼 질의가 이어졌다.

31일 목포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에서 열린 ‘세월호 선체처리계획 이행사업’ 설명회에서는 사업 규모와 공간 구성안이 공개됐다. 동시에 추모 공간의 성격과 콘텐츠 구성, 운영 방식 등을 두고 주민과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번 사업은 약 3000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으로, 세월호 선체 보존시설(하우징)을 비롯해 전시관과 안전체험관, 생명공원, 기반시설 조성 등에 예산이 투입된다. 선체는 부식 방지를 위한 보호 구조물 내부에 보존되고, 전시관에는 참사 관련 기록과 유류품이 전시되며, 체험관에는 선박 탈출 등 재난 상황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교육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와 함께 부지 매립과 선체 이동도로, 공원 조성 등 토목 공사도 포함된다.

사업은 목포 달동 일대 공유수면을 매립해 총 7만6160㎡ 규모로 조성된다. 축구장 약 10개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건축 연면적은 2만3316㎡(7053.09평), 약 7000평 수준으로 전시관(6159㎡), 체험관(7622㎡), 선체 보존시설인 하우징(9535㎡) 등이 들어선다.

핵심 시설인 생명기억관은 세월호 선체를 보존하는 동시에 추모와 안전 교육 기능을 결합한 공간이다. 다만 총 3000억원 규모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공간 구성과 운영 방향을 둘러싸고 현장에서 비판이 이어졌다.

핵심 시설인 생명기억관은 단순 전시를 넘어 추모와 안전 교육을 함께 담는 복합 공간으로 계획됐다. 세월호 선체는 부식 방지를 위한 하우징 내부에 보존되고, 외부에는 미디어파사드 등 영상 콘텐츠를 활용한 전시가 결합된다. 주변에는 ‘기억의 언덕’, ‘시간의 정원’, ‘상생의 정원’ 등 추모·치유 공간이 함께 조성될 예정이다.

가칭 국립세월호 생명기억관. [목포시]

가칭 국립세월호 생명기억관. [목포시]

그러나 설명회에서는 콘텐츠 구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추모시설이 건물 상부에 배치되고 전시와 체험을 먼저 경험하도록 한 구조는 본질을 흐릴 수 있다”며 “추모보다 체험과 관람 중심으로 설계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계획은 관람 동선을 따라 감정을 축적한 뒤 마지막에 추모하도록 설계된 구조다.

체류형 시설 부족도 핵심 비판으로 떠올랐다. 참석자들은 “청소년 교육 효과를 높이려면 단순 방문이 아니라 체류가 전제돼야 한다”며 “휴게·식사 공간뿐 아니라 숙박시설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사업단은 “1단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추가 매립 부지를 활용해 2단계 사업에서 숙박·문화시설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3000억원 규모 사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참석자들은 이미 진도에 해양안전체험관이 운영 중인 상황에서 기능 중복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세월호후속대책추진단은 “진도 해양안전체험관이 안전 체험 중심이라면 이번 사업은 해양 안전과 치유를 함께 담는 공간으로 구상하고 있다”며 “인접 지역인 만큼 상생 방안을 고민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추진단이 ‘안전과 치유’를 결합한 공간을 강조했지만, 진도 해양안전체험관에 이어 완도 해양치유센터까지 이미 관련 시설이 운영 중이어서 차별성 확보가 과제로 남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기존 시설과 기능이 유사할 경우 방문 수요 분산이나 중복 투자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콘텐츠 차별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안전체험관의 실효성도 도마에 올랐다. 단순 영상이나 가상체험(VR)에 그칠 경우 교육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일부 참석자는 “선박 탈출이나 침몰 상황을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수준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업단은 “대형 선박 탈출, 저온 해수 체험 등 실제 체험 중심 프로그램을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체 보존 방식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파손 부위 보강 과정에서 원형 훼손 가능성을 우려하며 “진상규명과 직결된 부분은 그대로 남겨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업단은 “이동 과정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구조 보강일 뿐 원형 훼손은 없다”고 설명했다.

세월호후속대책추진단 관계자는 “현재 계획은 기본 구상 단계로 최종안이 아니다”며 “유가족과 시민단체, 지역 주민 의견을 반영해 설계 과정에서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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