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 이상 증권범죄 저지르면 최대 무기징역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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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3.31 14:39 수정2026.03.31 14:43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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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조종이나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등 자본시장 범죄를 저지르면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이 강화됐다.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적극 협조할 경우 형량을 깎아주는 ‘리니언시 제도’가 공정거래에 이어 증권범죄 사건에서도 특별감경 요인으로 반영됐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제144차 전체회의를 열고 증권·금융범죄 수정 양형기준 등 4건을 최종 의결·확정했다고 31일 밝혔다.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침해한 범죄의 권고 형량이 대폭 상향됐다. 범죄 이득액이 300억원 이상인 사건 기준 기본 형량이 징역 7~11년에서 7~12년으로 높아졌고, 가중 형량은 징역 9~15년에서 9~19년으로 상향됐다.

특별가중인자(형량을 높이는 요인)가 2개 이상이거나, 특별감경인자보다 2개 이상 많을 경우 권고 형량 범위의 상한을 50% 높이는 특별조정이란 제도가 있다. 이번 양형기준 조정으로 시세조종 등 범죄에 대해, 산술적으로 28년6개월(19년의 150%)까지 징역을 내리는 게 가능해졌다. 그런데 특별조정을 거친 형량이 징역 25년을 넘으면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 즉 300억 이상 증권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을 최대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허위 재무제표 작성·공시, 감사보고서 허위 기재 등 범죄의 양형기준도 이번에 신설됐다. 기본 형량은 징역 1~3년이고, 가중 형량은 징역 2년6개월~5년이다. 양형위는 또한 리니언시 제도를 자수와 마찬가지로 특별감경인자로 반영했다. 증권범죄 분야 리니언시 제도는 2024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그동안 구체적인 감경·면책 기준이 없었는데, 이번에 법원 단계에서 구체적 시행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자금세탁 범죄 관련 양형기준도 새로 설정됐다. 범죄수익 등을 은닉·가장하면 기본 징역 6개월~1년 6개월, 형량 가중 시 징역 10개월~3년에 처해질 수 있다. 재산을 국외로 빼돌리는 범죄는 금액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가중 형량 기준 도피액이 5억~50억원이면 징역 6~10년을, 50억원 이상이면 징역 9~13년을 선고할 수 있다. 보이스피싱이나 뇌물, 마약 등 자금세탁의 ‘전제 범죄’가 중한 경우엔, 일반가중인자를 통해 더 무거운 형벌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사행성·게임물 범죄 권고 형량도 조정됐다. 무허가·유사 카지노업을 운영하면 기본 징역 10개월~2년, 가중 시 징역 1년6개월~4년에 처해진다. 유사경마와 경륜, 경정, 스포츠 토토 등 불법 도박 행위를 하면 기본 징역 10개월~2년의 형량을 받을 수 있다. 양형위는 특별가중인자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상당수 미성년자가 이용하게 한 경우’를 새로 선보였다.

‘몰래 공탁’의 폐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됐다. 양형위는 개별 범죄군의 양형인자에서 ‘공탁 포함’이란 문구를 모두 삭제했다. 공탁은 피해자가 나중에 수령할 수 있도록 법원에 돈을 맡기는 제도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공탁을 한 뒤, 감형을 받고 공탁금을 회수하는 ‘기습 공탁’, ‘먹튀 공탁’ 등 문제가 해소될 전망이다.

양형기준은 판사가 판결을 선고할 때 참고하는 가이드라인이다. 이날 결정된 양형기준은 오는 7월1일 이후 공소가 제기된 범죄부터 적용된다. 양형위는 오는 5월11일엔 응급의료·구조·구급범죄 양형기준 설정안과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범죄 양형기준 수정안 등을 심의할 계획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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