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단지도 초고층” 계획 변경 잇달아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이주를 시작한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도곡동 개포한신은 이주와 동시에 최고 높이를 높이는 계획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이곳은 지난해 최고 35층, 816채를 조성하는 내용으로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단지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최고 높이를 49층(170m 이하)으로 높이고 총 물량도 792채로 조정하는 변경안을 제출해 서울시 정비사업 통합심의를 통과한 것이다. 관리처분인가는 분양 계획, 임대주택 물량 등을 확정하는 절차로 재건축 절차 중 이주 직전 단계에 해당해 인가 뒤 계획을 대대적으로 바꾸는 일은 드문 편이다.
송파구 잠실동 우성4차도 상황이 비슷하다. 이 단지는 기존 관리처분계획에 따라 825채 단지로 재건축하기 위해 올해 10월 이주를 계획하고 있다. 동시에 최고 층수를 32층에서 49층으로 높이고 건물 수를 9개 동에서 7개 동으로 줄이는 정비계획 변경안을 송파구에 제출해 통합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우성4차 측은 “투 트랙(Two-track) 전략으로 2028년 1월 착공 전 인허가를 끝낼 것”이라고 했다.
●인허가 다시 받아야 하고 경관 해칠 우려도
이처럼 초고층 재건축 단지가 늘어나게 된 계기는 서울 아파트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규제하는 이른바 ‘35층 룰’이 2023년 폐지되면서다. 이후 성동구 성수동2가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최고 64층),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2구역(최고 66층) 정비계획이 각각 2월, 7월에 시 통합심의를 통과하는 등 초고층 재건축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확정된 계획을 바꾸는 번거로움을 무릅쓰고라도 초고층 재건축에 나서는 이유는 그래야 인근 지역에서 ‘랜드마크 단지’로 인식돼 가치가 높아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강변 단지의 경우 한강 조망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조합원들이 초고층 재건축을 희망하는 이유다.하지만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최고 높이를 높이려면 정비계획을 변경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인허가를 처음부터 다시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빠른 재건축을 원하는 조합원과 고층을 원하는 조합원 간 갈등이 생길 여지도 있다. 주택 공급 속도만 늦어지는 셈이다. 초고층 재건축이 남발되면 한강, 남산 등 주요 자연경관 조망을 해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은 고층화 과정에서 경관 독식 등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지 공공에서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서울시 총괄건축가)는 “높이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높아진 건물이 특정 경관을 가려 시민이 함께 누려야 할 조망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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