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 방한 앞둔 마슬레예프 "라흐마니노프는 언제나 옳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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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만장일치 우승자
6월 13·14일 공연...프로그램 달리 구성
첫째 날은 모차르트, 베토벤, 차이콥스키로
둘째 날은 가장 좋아하는 라흐마니노프로
지난 1월 앨범도 발매...지휘 역할도 병행

드미트리 마슬레예프가 3년 만에 내한한다. 마슬레예프는 2015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1위를 하며 단숨에 스타가 됐던 러시아 피아니스트다. 오는 6월 서울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단독 공연을 연다.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마슬레예프. / 사진출처. 마스트미디어 ⓒ Christophe Gremiot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마슬레예프. / 사진출처. 마스트미디어 ⓒ Christophe Gremiot

마슬레예프는 러시아 피아니즘을 계승하는 신진 피아니스트 중 첫손에 꼽힌다.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선 라운드마다 압도적인 기술과 섬세한 해석을 선보이며 심사위원과 관객 모두를 만족시켰던 것으로 유명하다. 1990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우승자였던 러시아 피아니스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가 “새롭게 발견한 천재 피아니스트”란 극찬을 하기도 했다. 스카를라티, 프로코피예프, 쇼스타코비치 등의 작품을 다룬 그의 데뷔 앨범은 2017년 스포티파이에서 ‘최고의 클래식 앨범’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프로그램은 만화경처럼 다채롭게”

오는 6월 13·14일 이틀간 열리는 내한 공연은 양일 프로그램을 다르게 짰다. 마슬레예프는 아르떼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두 프로그램을 모두 연주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며 “첫 날 프로그램은 완전히 다른 시대 두 개를 결합한 구성”이라고 설명했다. 첫째 날 그는 1부에서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8번과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번을 연주한다. “1부 곡들의 조성이 나란한조인 가단조와 다장조로 구성돼 연결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2부에선 차이콥스키의 18개 소품 중 일부를 발췌 연주한다. “첫째 날 프로그램은 만화경(칼레이도스코프)으로 표현하고 싶어요. 감정과 멜로디, 화성들이 어우러진 만화경처럼 다채로운 색채를 지닌 작품들을 모았어요.”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마슬레예프. / 사진출처. 마스트미디어 ⓒ Alexandra Horoshvyan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마슬레예프. / 사진출처. 마스트미디어 ⓒ Alexandra Horoshvyan

둘째 날 공연은 라흐마니노프 곡들로만 채웠다. 1부에선 환상 소품집 중 애가와 전주곡 올림다단조를 먼저 연주한 뒤 3개의 회화적 연습곡과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 등을 선보인다. 2부에선 무소륵스키의 <소로친스크의 시장> 중 고파크를 라흐마니노프가 편곡한 버전을 연주하고 전주곡 나단조를 들려준다. 이어 멘델스존의 <한 여름밤의 꿈> 중 스케르초를 라흐마니노프가 편곡한 버전을, 이후 파편, 폴카, 3개의 회화적 연습곡 등을 차례대로 선보인다.

마슬레예프는 “고파크와 스케르초처럼 라흐마니노프가 편곡한 곡들을 넣었는데 이 중 스케르초는 제가 정말 사랑하는 피아노 소품”이라며 “굉장히 난도가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관객 여러분께서 이 곡들을 함께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로도 라흐마니노프를 꼽았다. “언제나 라흐마니노프의 곡을 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할 정도다. 가장 좋아하는 곡은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 까다로운 기교와 절제된 속도감을 동시에 요구하는 난곡이다. 마슬레예프는 “언젠가 이 곡을 한국에서도 연주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년간 경험 쌓이니...자유가 늘었다

내한 공연은 그에게도 각별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는 이미 2016년, 2019년, 2022년 세 차례 한국을 찾았다. 마슬레예프는 “2022년 공연이 어제 일처럼 생생히 기억난다”며 “뜨거운 호응을 보내주셨던 멋진 관객 분들에게 큰 감사함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그가 한국 공연을 잊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다. “당시 한국 공연 때가 제 생일이었는데 그날 아내에게서 ‘곧 아빠가 될 거야’란 메시지를 받았어요. 그 일도 정말이지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네요.”

3년 만 방한 앞둔 마슬레예프 "라흐마니노프는 언제나 옳죠"

마슬레예프는 지난 1월 스베틀라노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음반사 아파르테에서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와 리스트의 ‘죽음의 무도’를 녹음한 앨범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녹음은 별도 지휘자 없이 진행돼 마슬레예프가 사실상 지휘 역할도 맡아야 했다. 그는 “피아노가 거의 쉬지 않고 연주를 해야 해서 지휘를 병행하긴 실질적으로 어려웠다”며 “단지 가능한 부분 안에서 오케스트라에 도움을 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오케스트라가 정말 훌륭했어요. 스베틀라노프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많이 존경해요. 녹음 과정에서도 많은 지지를 저에게 보내주셨는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때 저희가 만들어냈던 결과물은 지금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어요.”

올해는 마슬레예프가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다. 여전히 매년 많은 연주회를 치르면서 새로운 레퍼토리를 배우고 낯선 장소에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즐겁다는 그다. 10년간 가장 달라졌다고 느끼는 건 무엇인지 물었다. “아무래도 경험이겠죠. 지금은 10년 전보다 많은 경험을 쌓았으니까요. 하지만 이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변화 같아요. 이젠 무대에서 어떤 곡을 연주할지도 더 자유롭게 고를 수 있게 됐어요. 연주 자체에서 오는 기쁨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그건 안 바뀌었고, 여전히 연주하는 일을 사랑해요.”

3년 만 방한 앞둔 마슬레예프 "라흐마니노프는 언제나 옳죠"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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